멸종위기 소형 고래, 새만금 방조제 안쪽서 떼죽음
조홍섭 기자 박임근 기자» 지난 3일 전북 군산시 신시도 배수갑문과 가력도 사이의 새만금 방조제 내측 자갈위에서 쇠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1~2m)이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사진=새만금사업단 제공) 【군산=뉴시스】
멸종위기에 놓인 소형 고래인 상괭이 100여 마리가 내부 개발이 진행중인 새만금 방조제 안쪽 해역에서 떼죽음한 채 발견됐다.
국제적 보호종인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거나 기름오염 때문에 1~2마리씩 죽은 예는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폐사하기는 처음이다. 충남 태안의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때도 6개체의 상괭이만이 죽은 채 발견됐다.
» 새만금 방조제 안쪽 해역에서 떼죽음한 채 발견된 소형 고래, 상괭이.
8일 죽은 상괭이를 거두는 작업을 한 어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3일부터 새만금 방조제 안쪽 제방과 수면위 그물 등에 죽은 채 떠밀려온 상괭이가 잇따라 발견됐다.
해경의 현장조사 뒤 4일 쓰레기수거업체가 12마리를 매립한데 이어 7일엔 농어촌공사의 요청을 받은 어민들이 선박 5척을 동원해 67마리를 수거했다. 8일에도 어선 2척이 나가 25마리를 거두었다.
수거작업을 한 신명수 비응도 어촌계장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괭이를 뱃전이 넘치도록 수거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상괭이가 죽은 채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괭이는 대개 길이 1.5~2m의 성체였으며 암컷 한 마리의 뱃속에선 출산이 임박한 태아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고 신씨는 말했다.
죽은 상괭이는 특히 신시도 배수갑문 근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호수 상류에서 죽은 상괭이들이 조류가 가장 센 이곳으로 떠내려 왔기 때문으로 어민들은 추정했다.
해경은 상괭이에 불법 포획의 흔적이 없어 자연적인 이유로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새만금사업단 환경관리팀 김동원씨는 “어민들이 불법으로 쳐놓은 그물에 상괭이가 걸려 죽었다”고 말했다. 방조제가 완공된 뒤 새만금 호에서의 어업은 불법이지만 생계터전을 잃은 어민들이 전어, 숭어 등을 잡아 왔다. 그러나 내부공사로 수문을 막으면서 이런 어업조차 불가능해 어민과 농어촌공사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민과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본격적인 새만금 개발을 위해 무리하게 수위를 낮추었기 때문에 빚어진 예고된 생태재앙이라고 주장한다.
새만금 시민조사단 오동필씨는 “내부 개발을 위해 수위를 낮추고 수문을 닫으면서 호수의 염도가 떨어져 지난달 한파에 호수 전역이 결빙하면서 상괭이가 익사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명수 어촌계장은 “지난 한파 때 호수 전역이 얼어붙은 날이 며칠 동안 계속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만금 내부에 방수제를 쌓고 매립을 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새만금 호의 수위를 해수면보다 1.6m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썰물 때 수문을 열고 밀물 때 수문을 막는 방법으로 수위를 낮춰 왔는데, 이 과정에서 새만금 호의 염도가 낮아지고 오염이 심해져 쭈꾸미, 조개, 물고기 등이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환경부는 내부개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환경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예상되는 동물 떼죽음 등에 대해 주검에 의한 2차오염을 막는 등의 사후처리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상괭이는 쇠돌고랫과의 해양포유류로 우리나라 서해, 남해, 동해남부 등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 살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보호받는 국제 보호종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전주/박임근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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