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약대 女동기중 꼴찌' 지금은 미국서…
[중앙일보] 입력 2012.05.01 00:50 / 수정 2012.05.01 10:06서울 온 김희용 미 국립보건원 수석연구원
“외국인 여성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유리천장이 높았지만 스스로 약점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국립보건원) 수석연구원이자 세포신호연구실장인 김희용(57·사진) 박사가 대한약학회 초청으로 내한했다. 김 박사는 지난달 27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 ‘오메가3’ 성분이 뇌세포 작용을 돕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해 전 세계적인 ‘오메가3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NIH 역사상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종신재직권(테뉴어)을 받았다.
서울대 약대 대학원을 나와 미국 텍사스 휴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4년부터 NIH에서 연구를 해왔다. 지방산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남편인 강길종(61) 박사는 미 식품의약국(FDA)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 박사의 서울대 약대 동문(74학번)인 정진호 교수(약학대학장)는 “NIH에서 33년간 근무했던 이서구(69)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남성으로서, ‘국가과학자 1호’로 선정된 점에 견줘볼 때 50대 여성인 김 박사의 현재 NIH 내 위치는 대단히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울대 약대 74학번으로 당시 전체 80명 중 여자 동기가 7명 뿐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공부를 가장 못했다. 다른 동기들은 졸업할 때 대통령상을 받기도 하고 학점도 좋았던 데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보충수업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약학대학원에 진학했다. 거기서 우원식(84) 명예교수님을 만난 뒤론 공부에 흥미가 생겼다. 같은 과 선배였던 남편과 결혼하면서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지금도 그때 동기들과 만나곤 하는데 대부분 살림하는 전업주부가 됐더라. 우리시대가 그랬다.”
- 미국에서 공직자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나에게는 세 가지 약점이 있었다. 키가 작고, 외국인이며 여성이라는 것이었다. ‘유리천장’(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성별이나 인종 등 이유로 승진을 못하는 상황)이 높았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든 상황이 올수록 더욱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예상 외의 성과를 내니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당시 ‘결혼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미국에서 아이 둘 낳고, 연구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던 건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약학 연구로 당장 신약이 나오는 건 아니다. 메커니즘, 작용기전 등 기초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신약도 개발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이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메가3의 유효성분이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원리를 알아낸 만큼 이를 다른 영양소와 어떻게 합성하고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이지상 기자
너무 자랑스러운 분 이네요. NIH에 일반 연구원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큰 일 인데 저렇게 고위직까지... 제가 다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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