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스코리아 眞이성혜씨 신앙 간증 '깨끗한 부자'가 꿈
[미션라이프] “2011 미스코리아 진, 참가번호 40번 이성혜!”
딸 이성혜(23·여)씨가 미스코리아 진으로 호명되자 아버지 이선일 장로(53)는 객석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아버지는 딸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딸은 이미 서울 진에 당선됐을 때 PD들로부터 ‘종교적 발언은 금지’라며 강도높게 주의를 받은 터였다. 그럼에도 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소감을 밝혔다. “모든 영광을 저를 이 자리에 세우신 하나님께 돌립니다…” “그래, 딸아, 모든 것은 하나님께 가야할 영광이다.”
이 장로는 딸 성혜가 한국 미(美)의 전도사가 된 것은 ‘기도의 힘’ 덕분이라고 했다. 미스코리아 당선을 위해 가족은 물론 400~500명의 국내외 목회자가 기도해 줬기 때문이다. 최근 소천한 하용조 목사도 딸이 합숙에 들어가기전 기도해줬다고 한다.
이 장로는 성혜씨가 미스코리아에 나가게 된 건 이른바 ‘성공을 위한 스펙 쌓기’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딸은 열방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역할로 쓰임받기 위해 미스코리아에 출전했습니다. 우리 부부도 이를 위해서 기도했고요.”
울산소망정형외과병원장인 이 장로는 청년들을 섬기는 사역자이기도 하다. 슬하에 2남1녀를 뒀지만 평생의 반은 진료에, 반은 청년사역에 헌신하느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로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일은 계속 해 왔다. 성혜씨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는 딸이 어릴 때부터 “하나님께서 너의 아름다움을 크게 쓰실 거야”라고 말하며 비전을 심어줬다.
구체적으로 기도한 것은 어머니 김정미(51)씨다. 김씨는 중학교 때부터 해외에서 공부했던 딸의 신앙과 진로를 위해 항상 기도했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오게 해서 ‘넌 그 학교의 선교사’라고 가르쳤어요. 그러다 성혜가 주님께 아름다움을 선물로 받았는데 이로써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게 뭘까 하면서 1년 전부터 기도한 뒤 미스코리아를 권유했죠.”
김씨는 기도응답을 받은 터라 결과에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뉴욕이 아닌 서울로 예선을 나간 것이 그 증거다. 일반적으로 서울 예선은 해외나 지역보다도 되기 어렵다. 경쟁도 치열하지만 전국대회에서 서울 수상자가 미스코리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나님 뜻이 아니면 아예 이 때부터 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결과는 서울 진, 점차 기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드레스 제비뽑기해요! 기도해 주세요.” 24박 25일 간의 합숙일정에서 성혜씨는 심사단계마다 김씨에게 문자를 보내 기도를 부탁했다. 서울 예선부터 전국 본선까지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추첨으로 지급되는데 승혜씨는 그 때마다 기도하고 뽑았다. “서울 예선 때 뽑은 드레스가 보석하나 안 박힌 옷이더라고요. 걱정하기에 ‘하나님이 주신 옷, 감사히 입자’고 격려했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니 가장 고상하게 보였고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단계마다 기도로 해서 된 것 같아요.”
어머니의 기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씨는 딸이 합숙기간동안 신앙을 놓지 않도록 큐티책을 챙겨줬다. 성혜씨는 매일 책을 보며 묵상시간을 가졌고 결과 발표 후, 어머니에게 책을 보여줬다. “큐티 한 걸 보여주는데 참 감사했습니다. 성혜 말로는 다른 후보들도 크리스천이 많았는데 자기가 매일 묵상을 하는 걸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이처럼 믿음의 자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을 귀히 여긴 가풍이 있기 때문이다. 성혜씨는 4대째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자랐다. 증조할아버지는 평양에서 용현교회 영수로 섬기다 공산군의 죽창에 찔려 순교하셨고 할아버지 역시 대를 이어 목회를 하셨다. 또 의사인 아버지는 자비로 20년 넘게 소망학생회를 운영하면서 믿음과 전문성을 갖춘 150명의 청년을 기르는데 힘쓰고 있다. 현재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수학 중인 그 자신 또한 어릴 때부터 성경 소그룹을 만들어 친구들을 교회로 인도해 왔다. 성혜씨가 의무가 아닌 소명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것은 이런 가족의 공이 컸다. ‘주님을 믿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성혜씨는 대회에서 앞으로 패션업계 여성 CEO가 되는 것이 꿈이라 밝혔다. 여기에 꿈이 하나 더 있다. 아버지처럼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번 상금도 반은 아버지가 맨토링하는 청년의 대학원 입학금으로 쓰고 반은 말라리아 퇴치 비용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미 아프리카 아동을 두 세명 후원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가수 션처럼 사역하고자 한다. 돈을 많이 벌어 굶주린 곳에 사용하는 청부(淸富), ‘깨끗한 부자’가 되는 게 그의 목표다.
아버지인 이 장로는 아직 더 이뤄야 할 꿈이 있다고 했다. 미스코리아를 넘어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아직 한국인은 미스 월드 본선에도 못 들어갔어요. 하지만 우리 성혜가 미스 월드 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쟁이가 미스 월드 진을 해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하나님께서 아이를 통해 하실 일을 기대합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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