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삶이 힘들어…" 청년들의 절망 더 안타깝다
-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1.08.05 03:06 / 수정 : 2011.08.05 06:58
'고시원비도 밀리고 힘들군요.'
지난해 7월 30일 박모(당시 19세)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 주인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그 다음 날 박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오후 한강 동작대교에서 한 여성이 강물에 몸을 던진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배터리가 닳은 휴대전화와 빨간 손지갑이 든 핸드백만 발견했다. 지갑엔 박씨 신분증만 남아 있었다. '힘들다'는 문자 메시지는 박씨의 유언이 돼 버렸다.
박씨가 다섯 살 때 부모는 이혼했다. 조부모 밑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박씨는 2009년 서울로 왔다. 제대로 된 직장은 찾지 못했다. 용산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홀 서빙을 했다. 일이 끝나면 고시원 방에 고단한 몸을 뉘었다. 한 달 벌이 80만원 중 27만원은 고시원에 내고 나머지로 생활을 꾸렸다. 고시원 이름은 '드림(Dream·꿈)'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꿈은 없었다.
며칠 뒤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박씨 사건을 거론하며 "우리 청년들이 희망을 잃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후에도 우리 사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당 4320원. 올해 기준 최저임금이다. 하루 8시간, 한 달 25일을 일하면 86만4000원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만 234만명이다. 근로자 7명 중 한 명의 임금이 박씨처럼 최저임금 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박씨와 같은 청년 빈곤층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청년층의 상대적 임금은 2007년 78.2에서 올해는 74.3으로 낮아졌다. 주로 도·소매, 음식업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학교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그만큼 자기 계발이 늦고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에 노출된다"며 "현재 한 해 몇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정부의 취업 애로 청년층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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