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4일 목요일

대학생 5만여명, 대부업체 빚 800억 쓰며 산다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대학생 5만여명, 대부업체 빚 800억 쓰며 산다

입력 : 2011.08.05 03:06

[대출금액 1년새 40% 늘어]
졸업도 전에 信不者 전락 - 학비·생활비 마련 하려다 연 40%대 高이자에 신음
대학생 신용불량자 4년 만에 38배로 늘어
빚 독촉에 시달리기도 - 학생증만 보고 대출해줘
입금 날짜 일주일 전부터 "선입금 하라" 전화로 재촉
여대생 유모(24)씨는 3년 전 생활비가 부족해 대부업체에서 198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연 49%에 이르는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를 거듭했다. 올 들어 이자를 포함해 489만원으로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유씨는 결국 금융 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됐다. 지난 1월 개인 워크아웃에 들어간 유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원금을 갚고 있다.
국내 대학생 307만명 가운데 약 5만명이 대부업체에서 800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으며, 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대학생도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학생 중 5만명 정도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서울 신촌 대학가 전봇대에 붙어 있는 대부업체 대출 광고. /이은규 인턴기자(강원대 법학 4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학생 100명당 1.7명꼴로 대부업체 대출 받아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대학생 4만7945명이 대부업체에서 총 794억6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6월 대학생 3만494명의 대부업체 빚이 56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대학생 숫자는 57.2%, 금액은 40.4%가 늘어났다.
이번 조사는 상위 40개 대부업체 중 대학생 대출을 취급하는 28개사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소형업체를 이용하거나 음성적인 대출을 받은 경우까지 더하면 전체 대부업체에서 빚을 낸 대학생은 5만명 이상, 대출액은 8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대학생 100명당 1.7명 이상 대부업체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들은 직장도 재산도 없어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가 없다. 그래서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빚을 내거나 이마저 힘들면 고금리로 손쉽게 대출해주는 대부업체를 찾아간다. 대부업체들이 무보증으로 간편하게 빌릴 수 있다며 유혹하는 광고를 쏟아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학생의 67%는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돈을 빌렸으며, 다른 빚을 돌려 막으려고 빚을 낸 대학생도 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여대생 김모(23)씨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대부업체에서 410만원을 빌려 5년간 월 16만원씩 갚기로 했다. 하지만 월 66만원을 버는 어머니 수입으로는 단칸방 월세(35만원)를 내기에도 벅차다. 대학생 추모(27)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추씨는 아버지 사업 자금을 대려고 3개 대부업체와 2개 저축은행에서 1277만원을 빌렸다가 빚이 3000만원을 넘어 신용불량자가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대학생도 늘고 있어 취업까지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는 2006년 670명이었지만 2007년 3785명, 2008년 1만250명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2만5366명에 달해 4년 만에 38배로 증가했다. 대학생들의 연체율(14.9%)은 대부업체 전체 연체율(7.2%)의 두 배가 넘는다.
연 40%대 고금리에 빚 독촉까지
대부업체들은 대학생들이 일정한 소득이 없다며 법정 상한선까지 채워 이자를 받고 있다. 한번 빌리기만 하면 연 40% 안팎의 살인적 금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 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연 49%였고, 올 상반기까지는 연 44%였다가 지난달부터 39%로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은행권보다 이자율이 여전히 7~8배 높다. 빚 독촉에 시달리고, 부모와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부모 몰래 400만원을 대출받아 게임 머니를 구입하고 스마트폰을 사는 데 모두 써버렸다. 이씨는 어머니한테 꾸중을 듣고 지난달 가출해 소식이 끊겼고, 이씨의 어머니는 최근 금감원을 방문해 "어떻게 학생증만 보고 대출해줄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여대생 이모(24)씨는 "입금 날짜 일주일 전부터 전화해서 선입금하라고 재촉한다"며 "반말에 욕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등록금 인하를 포함해 대학생들의 사회 진출 준비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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