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4일 목요일

[자본주의 4.0] 일하는 사람에겐 무조건 최소 생활비(최저생계비+α)는 보장해야 - Chosunbiz - 프리미엄 경제 파워

 

[자본주의 4.0] 일하는 사람에겐 무조건 최소 생활비(최저생계비+α)는 보장해야

입력 : 2011.08.05 03:06

[4] 빈곤층 손잡고 함께 가자
우리나라 빈곤율 21% 달해… OECD 평균은 10.6% "빈곤층에 대한 지원 늘려야"
광주광역시에서 지하철 청소를 하는 김모(59)씨는 한 달 월급이 100만원을 조금 넘는다. 담배나 술을 안 하지만 최근 물가가 급등해 한 달에 나가는 돈은 170여만원. 친척들에게 조금씩 빌려 살지만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고순덕(55·가명)씨도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번다.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교 다닐 생활비를 마련하지만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대고 있다. 그러나 저축할 여유가 없어 대출 원금 갚을 길이 막막하다. 고씨는 "아들이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해야 생활이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등골이 빠져라 일을 해도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144만원)를 못 벌어 '빈곤의 구렁텅이'에 빠진 신(新)빈곤층이 382만명에 달한다. 신빈곤층은 건강 상태가 좋아 얼마든지 일할 능력은 갖췄지만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계층이다.
'자본주의 3.0(시장주도 신자유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계층 간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고,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빈곤층은 더 늘어났다. 기업들이 효율성만 추구해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졌고, 세계화 속에 지식과 기술이 없는 토종 인력은 낙오자가 됐다.
▲ 청소 용역업체 직원 김모씨가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 문을 닦고 있다. 김씨처럼 힘들게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정도의 벌이를 하는 신빈곤층이 우리 사회에 382만명에 달한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우리나라 소득 분포는 소인국 사람들의 행렬
'자본주의 3.0'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네덜란드 경제학자 얀 펜의 '소득 분포 가장행렬' 분석을 시도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 동향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 키가 그 가구의 소득에 비례한다고 보고 1시간 동안 가상 행진을 벌이는 상황을 가정해본 것이다.
행진 맨 처음에 등장하는 사람은 소득보다 빚이 많아 아예 땅속으로 고꾸라졌다. 6분이 지나면 키 60㎝의 난쟁이가 등장한다. 월소득 125만원을 버는 가구다. 초반 18분까지는 키 120㎝(월소득 250만원)도 안 되는 소인국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34분17초쯤 되면 평균 키(174㎝·월소득 363만원)를 볼 수 있다. 54분이 되면 키가 3m나 되는 거인(월평균 소득 626만원)이 나온다. 57분엔 4m에 육박하는 거인이, 행진이 끝나기 몇 초를 남겨 두고는 머리가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기괴한 거인이 등장한다.
2003년의 소득 '키'와 비교해보면 후반 54분에 나오는 거인은 7년 만에 키가 3㎝(297㎝→3m) 더 자랐다. 한데 초반 6분대에 나오는 난쟁이는 7년 지나도 키가 자라기는커녕 5㎝(65㎝→60㎝)나 줄었다. 저소득층의 형편이 되레 나빠졌다는 뜻이다.
"빈곤층 비율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자"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신빈곤층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 빈곤층은 5가구당 1가구꼴(20.9%)인 352만가구, 922만명이나 된다. 이때 빈곤층이란 중간 소득(월 363만원)의 절반도 못 버는 가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OECD 평균(10.6%)의 2배쯤 된다. 고경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빈곤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한 해 130조원에 달하는 복지 지출이 아직 충분히 빈곤층에 가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정부는 빈곤층에 대해 한 해 7조3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로 최저생계비를 지원해준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160만명. 900만명이 넘는 전체 빈곤층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빈곤층에 비해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적은 이유는 작은 집 한 채라도 갖고 있으면 그 재산만큼 수입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빈곤층에 그냥 나눠주기 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일하는 빈곤층이 더 큰 복지를 누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장려세제는 연소득 1700만원 이하의 근로자에 대해 연간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이를 더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강 교수는 또 "일하는 빈곤층엔 조건 없이 최소 생활비(최저생계비+α)와 4대 보험은 보장해주는 사회 안전망을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자본주의 4.0
'자본주의 4.0'은 20세기 초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 시대(자본주의 1.0)를 지나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케인스가 내세운 수정자본주의(자본주의 2.0), 1970년대 자유시장자본주의(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에 이어 등장한 새 자본주의를 뜻한다.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4.0 시대엔 '고용 없는 성장', '비정규직 증가' 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일해도 먹고 살 수 없는 빈곤층인 신빈곤층의 증가를 방치해선 안 된다. 경제의 뿌리인 빈곤층이 일을 통해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야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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