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노출` CT촬영 年2회 이상은 `조심`
전신촬영 30~100mSvㆍ후쿠시마 최고 400mSv
오남용 금물…전문의와 상담후 필요때만 촬영기사입력 2011.04.08 17:15:56 | 최종수정 2011.04.08 20:17:05
올해 38세인 박은선 씨는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우엽에 0.5㎝ 크기 유두암이 발견돼 최근 내시경 절제술을 받았다. 갑상선 유두암이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지 않아 수술 후 부작용 없이 퇴원해 현재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자신에게 왜 암이 발생했는지 곰곰 생각해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있고 가족력도 없다. 의심이 가는 대목은 어려서 앓았던 급성임파성 백혈병을 치료할 때 조사(照射)했던 `방사선`이 마음에 걸렸다. 갑상선암은 요오드 부족과 함께 어린 시절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발암 위험이 높아진다.
물론 박씨가 암에 걸린 원인이 방사선이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또 방사선이 두려워 무조건 진료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다만 진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방사능 노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아둘 필요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선의 `해악`이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갑상선암을 비롯한 암 환자가 많이 늘어난 이유가 CT 촬영 오남용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했던 시기가 어린이 건강검진 때 CT를 도입했던 시기와 맞물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1940~1950년대 여드름, 편도선 비대, 흉선종 등 치료를 할 때 조사했던 방사선이 갑상선암 환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림프암, 백혈병 등 악성종양 외에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미방사선학회는 "CT는 안전한 검사지만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상담한 후 꼭 필요한 때에만 촬영해야 한다"고 2008년 권고했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영상의학과 데이비드 라슨 박사는 "CT 촬영이 빠른 진단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어떤 다른 의료영상 검사보다 방사선 노출량이 많고, 특히 아동 신체기관은 성인에 비해 방사선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지나친 사용을 막도록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갑상선암 발병과 CT 오남용 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아직 없지만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상호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간다는 얘기다.
금기창 강남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갑상선암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은 검진 장비의 발달과 함께 검진을 자주 하면서 암 발견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금 교수는 그러나 "CT 촬영에 따른 방사선 노출과 암 발병 간에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건강검진을 실시할 때 각 병원들이 질병을 찾는다고 경쟁적으로 CT 촬영을 오남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CT(컴퓨터단층촬영ㆍComputed Tomography)는 현대의학에서 약방에 감초처럼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최정철 모커리한방병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일반 X선 촬영은 앞뒤 여러 가지 영상이 겹쳐 보이지만 CT 촬영은 원하는 신체 부위를 이차원이나 삼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다"며 "뇌 질환, 두경부 부위 종양, 폐암, 식도암, 위장관 등 움직이는 장기 검진에 사용되며, 거의 모든 질병이 검사 대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사선 노출량이다. CT는 일반 X선 촬영 때보다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 정상적인 신체에는 해가 없지만,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과 임신부 혹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X선으로 가슴을 1회 촬영했을 때 방사선 노출량이 0.1밀리시버트(mSv)지만 전신 CT를 찍으면 50~100mSv에 달한다. 머리 CT는 50mSv, 복부 CT는 30mSv, 흉부 CT는 8.0mSv다. 보통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노출되는 방사선이 1년에 보통 2~3mSv라는 점을 감안하면 CT 남용으로 인한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미국 영상의학학회는 복부와 골반에 대한 1회 CT 촬영은 자연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에 5년 동안 노출된 것과 맞먹는다고 밝히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노출되면 백내장, 골수세포 감소, 피부홍반, 탈모 등 증상이 나타나며 만성적으로는 각종 암이나 백혈병을 초래할 수있다.
최정철 원장은 "CT를 1~2주 간격으로 연속 2회만 촬영해도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1년에 5회 이상 CT를 촬영하면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CT 촬영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기창 교수는 "질병 진단과 치료에 방사선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환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며 "지난 30년간 사람들이 진단방사선에 노출되는 평균 피폭량이 7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 CT와 MRI 차이는?
= 건강검진이나 질병 진단 시 병원에서 CT나 MRI 촬영을 많이 권한다. 검사 시간은 CT가 약 20분이고, MRI는 약 40분~1시간 걸린다. 실제 촬영시간은 CT가 1~2분, MRI는 30분가량 소요된다. 환자에 따라서 교통사고나 뇌출혈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검사시간이 짧은 CT가 유용하다.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ㆍ자기공명영상)는 자기장을 이용한 고주파를 쏴 인체 안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핵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해 각 조직과 구조물의 공명 현상 차이를 계산해 영상으로 구성하게 된다. CT가 횡단면 영상이 특기라면, MRI는 방향에 자유롭고 방사선 노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MRI는 환자가 촬영시간 동안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환자의 협조가 꼭 필요하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점도 있다. MRI 검사는 검사시간이 길지만 CT상에서 잘 보이지의 않는 근육, 연골, 인대, 혈관 등 연부조직을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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