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3일 수요일

[상위 0.1% 공부 이야기] 서울 중앙대 부속고 2 변지영 :: 내일을 바꾸는 힘 맛있는 교육 ::

 

[상위 0.1% 공부 이야기] 서울 중앙대 부속고 2 변지영

조선일보 | 김정욱 맛있는 공부 인턴기자 |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011.04.13 15:41

두드려라! 스트레스가 풀린다… 즐겨라! 문제가 풀린다
공부는 평생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아 초반 앞서기에만 급급하면 지칠 수 밖에
잘하는 것 집중… 위기 이기는 법 터득해야
변지영(서울 중앙대 부속고 2)양의 학교 가방은 두 개다. 학교 사물함을 쓰지 않는 대신, 그날 배운 과목의 교과서를 모두 넣고 다닌다. 매일 복습을 하기 위해서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서 30분간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책을 편다. 저녁식사 전까지 1시간 30분 동안 노트 필기와 오늘 배운 교과서 내용을 꼼꼼히 훑는다. 변양의 노트 필기는 선생님이 이를 복사해 다른 학생에게 보여줄 만큼 정평이 나있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 농담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식사 후엔 새벽 1시 반까지 매일 평균 5~6시간은 꾸준히 공부한다. 변양은 "중학교 때는 복습용 교과서 한 벌을 따로 샀지만, 수업 때 필기한 내용을 볼 수 없어 소용이 없었다. 가방이 무겁긴 하지만 복습을 매일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염동우 사진기자 ydw@chosun.com

◆초등학교 6년, 선행학습 없이 충분히 '즐겼다'
"공부가 하기 싫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변양은 초·중학교 때부터 변함없이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따로 과외를 받거나 스타 강사의 뒤를 좇은 적도 없다. 현재 변양의 성적은 전교 2등. 우수한 성적 뒤에는 그의 방 한편에 고이 놓인 '보물 1호' 장구와 리코더, 변양 어머니의 교육철학이 숨어 있다.
변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부분의 또래와 달리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다. 중학교 진학을 석 달 앞두고 찾은 수학 학원의 반편성 고사에서는 최하위반에 배정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테스트의 범위에 중학교 과정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변양은 대신 초등학교 생활 6년을 오롯이 '잘하는 분야를 즐기는 데' 집중했다. 변양의 어머니는 "공부는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했다. 일찍부터 선행학습을 하고 공부에 매달리면 지칠 거라 예상했다. 초등학교 때야말로 상급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적기다. 아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적 감각이 뛰어났던 변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청소년리코더합주단에 입단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리코더 연주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전국아동음악경연대회 등 각종 콩쿠르를 휩쓸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예술영재를 발굴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실기 1등으로 입학해 음악의 기본기를 다졌다. 5학년 때는 국악으로 관심이 옮겨가 장구를 시작하며 학교 풍물패에 들어갔다. 남들보다 2시간 먼저 등교해 여름엔 소금물까지 마시며 연습한 결과 변양의 장구 실력은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 남들이 다 배우고 지나쳐버리는 '국민 악기'들을 최고 실력 수준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 같은 초등시절 열정적인 음악 활동은 공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모든 악기마다 배우는 과정에는 고비가 있는 것 같아요. 리코더나 장구를 쉬운 악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고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비를 이겨내야 하죠. 초등학교 때부터 이 단계를 거치며 느낀 재미를 기억해요. 공부도 마찬가지로 힘든 고비가 있지만 이를 넘기고 익숙해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즐기는 완벽주의자, '슈바이처'를 꿈꾸다
학교 남학생으로부터 '형님'이라 불릴 정도로 털털한 성격으로 중학교 전교회장까지 꿰찼던 변양이지만, 공부할 때만큼은 '완벽주의자'로 변한다. 변양은 과목별로 하루하루 조금씩 꾸준히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아침자습 시간 20분과 자기 전 20분은 꼭 언어영역과 외국어 영역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푼다. 숙제를 못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그냥 넘어갈 때의 기분은 변양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고1 겨울방학 때는 학원숙제가 밀리는 것이 싫어 다니던 학원을 다 그만뒀을 정도다. 계획한 오늘 할 일을 끝내지 않으면 잠도 자지 않고, 학원도 가지 않는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오답노트나 플래너도 사용하지 않는다. 공부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군더더기를 없애기 위해서다. 대신 틀린 문제는 그만의 표시로 기록해둔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강박은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이를 해소하고 공부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나게 장구를 '때린다'. 보물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책상에 앉아서만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책을 들고 집 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거실 소파나 방 침대에 누워서 공부하기도 한다. 학교 쉬는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며 확실히 쉰다. 변양은 "공부를 대학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을 갖고 나서도 평생 해야 하는 것이 공부이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변양의 꿈은 '의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슈바이처 전기를 읽은 뒤부터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치료했던 슈바이처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변양은 한 발 더 나가 신약 개발에도 참여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은 포부가 있다.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도 있지만 확고한 꿈 덕분에 공부를 즐길 수 있어요. 이 과정을 넘기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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