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5일 목요일

스티브 잡스의 교훈…'인문학과 IT의 결합' | Daum 미디어다음

 

스티브 잡스의 교훈…'인문학과 IT의 결합'

조선비즈 | 박지환 기자 | 입력 2011.08.26 12:13 | 수정 2011.08.26 13:18

'첨단 IT 산업과 왠지 약간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인문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 세계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인문학 붐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사실상 은퇴를 선언하자 잡스의 부재가 애플에 미칠 영향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그래픽=조경표

애플이 이미 세계 IT 시장에서 확고하고도 안정적인 반열에 올라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잡스의 은퇴를 애플의 불확실한 미래와 연결짓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잡스가 대다수 CEO들과 달리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불세출의 CEO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잡스가 없는 애플이 지금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잡스는 대학을 한학기만에 중퇴한 뒤 철학과 인문학 강의를 도강했다. 특히 타이포 그래피 서체 수업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글자들의 자간과 행간 등 여백의 다양함이 타이포그래피를 어떻게 위대하게 만드는지를 연구했다. 잡스는 타이포그래피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 때 배운 타이포그래피 지식은 훗날 애플 창조의 핵심 에너지로 작용, 그는 첫번째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타이포그래피 지식을 활용해 자동자간조절(Kerning) 기능과 퀵(Quark Xpress)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인문학과 IT 기술의 융합을 연구하는 인텔의 '상호작용 및 경험(Interaction & Experience Research)' 연구소장인 제네비브 벨 박사는 "기업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시장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어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과 시각이 필요하게 됐다"며 "이런 면에서 잡스가 인문학을 강조한 것은 옳은 일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잡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한결같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 구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하드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지만 동시에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또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탐독하고 고대역사와 문학 등 인문학 분야에 조예가 깊다. 이러한 점이 구글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잡스나 저커버그 스스로도 애플과 구글의 놀라운 성장 배경에 인문학 소양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다. 잡스는 "애플의 창의적인 IT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저크버그는 "우리는 기술회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문학적 상상의 세계가 페이스북의 지향점임을 강조한다. 또 직원을 채용할 때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평가하고 있다.
세계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도 인문학을 활용,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대다수 IT 기업들이 미래 세상에 대한 예측 없이 최첨단 제품과 기술개발에 몰입해 있는 모습과 비교된다.
인텔은 미래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발전 방향 및 인간과의 소통방식 등을 연구하기 위해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는 2020년까지 '컴퓨터와 경험방식을 재창조 하자'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통찰, 경험디자인, 이머징 기술, 미래전망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연구소장인 벨 박사는 IT 기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화인류학 전공자다. 연구팀에는 엔지니어, 소프트웨어전문가, 하드웨어 전문가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인류학자, 심리학자, SF 소설 작가까지 다양한 인문학 분야의 전문 인력이 소속돼 있다. 연구분야만 놓고 보면 IT 기업의 산하 연구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야후도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 인문학자들이 주축인 팀을 구성해 네티즌들이 어떤 광고에 반응하고 클릭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IBM도 미래 전망을 위해 자연과학자, 공학자 이외에도 인문학자들이 포함된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미래 IT 세상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인문학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제네비브 벨 박사는 "인문학은 새로운 생각의 촉매제로 작용해 사회의 발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첨단 기술로 무장한 IT 기업들이 인문학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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