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8일 토요일

5000㎞날아가는 ‘절대무기’…미·러가 95% 독점 ‘공포의 균형’

 

5000㎞날아가는 ‘절대무기’…미·러가 95% 독점 ‘공포의 균형’

한겨레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6면의 TOP기사입니다.16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6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2-04-27 21:15 기사원문

[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치학

▶ ICBM, SLBM, MRBM, IRBM… 미사일 용어들은 죄다 암호문 같다. 우주로 날아갔다가 초속 5~7㎞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해 내리꽂히는 장거리 미사일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지 않고 상대에 극한의 공포를 안겨준다. 뾰족한 창을 던져 사냥감을 잡던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 벌이는 ‘절대무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호모 에렉투스는 주먹도끼를 들고 사냥감에 다가가 때려잡았다. 그 뒤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는 긴 창으로 찌르거나 던졌다. 결국 호모 에렉투스는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하게 되었다. 다가가지 않고도 멀리서 사냥감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변혁시킨 심오한 사건이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면서 오직 상대방에게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확보하게 되어 인간은 자연에 대한 지배자로 자신을 격상시키게 된 것이다. 이것은 생존경쟁에서 절대강자가 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창에서 화살로 이어진 고대문명, 총과 대포로 진화한 근대문명, 미사일로 이루어진 현대문명은 “누가 얼마나 멀리서 타격할 수 있느냐”는 경쟁의 산물이었다. 오늘날 호전적인 국가는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할 때마다 반드시 자신의 미사일을 과시한다. 멀리서 상대방을 응징하는 징벌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창과 화살, 총과 대포, 그리고 미사일
세계의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에 따라 크게 보면 단거리(1000㎞ 미만), 중거리(5500㎞ 미만), 장거리(5500㎞ 이상)로 구분된다. 발사대는 고정식과 이동식으로 나뉘며, 발사 형태에 따라 지상발사, 수중발사 미사일로 구분된다. 사용 연료에 따라 액체연료 방식과 고체연료 방식으로 나뉜다. 이런 여러 유형의 미사일을 다 망라하자면 수백 종은 족히 되는 다양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생태계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북한만 해도 40년 동안 미사일을 개발해 오면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완성하고 있고, 일부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 미사일들의 족보를 따지면 과거 미국과 소련이 그 종주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치명적인 공중무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사일은 특별한 무기다. 항공기는 만들기도 복잡하지만 미사일은 그 구조가 간단하여 만들기도 쉽다. 게다가 항공기는 사람이 타고 가서 때리고 돌아와야 하지만 미사일은 가서 폭발하면 그만인 간편한 수단이다. 미사일은 모든 것을 운반할 수 있다. 재래식 고폭탄뿐만 아니라 핵무기, 화학무기, 무엇이든 운반이 가능하다. 핵, 화학, 생물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미사일은 공포를 쏘아올리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되었다. 그것도 하나의 탄두가 아니라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미사일은 항공기보다 훨씬 빠르고 탐지도 어렵다. 우주로 날려보내 가속이 붙으면 최고속도 음속의 14배, 즉 초속 5~7㎞나 되는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엄청난 화염과 함께 나선형으로 내리꽂히는 장거리 미사일은 군사 무기가 줄 수 있는 공포의 가장 극한에 서 있다. 사정거리가 5500㎞를 넘는 장거리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한다. 북한이 쏘아올린 대포동 2호가 여기에 속한다. 북한이 로켓의 우주궤도 진입에만 성공한다면 발사 후 20분 만에 미국의 서해안에 떨어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된다.
군사시설을 정밀하게 타격하려면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적합한 무기가 아니다. 전투기가 직접 날아가 작전을 해야 정확하게 타격을 할 수 있고, 작전 결과를 직접 확인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사일은 부정확하기 때문에 주로 하나의 도시나 항구, 공항을 대량으로 파괴하거나 대량살상을 하는 데 동원된다.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미사일의 시초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한 ‘V-2’다. 당시에는 인접 국가를 향해 장거리를 날아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독일군은 1944년부터 9개월 동안 영국 런던과 벨기에 안트베르펜을 향해 탄도미사일 약 3200여발을 쏘았다. 그 결과 3만7000채의 민간인 주택이 완파됐고 150만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약 9000명이 숨졌으며, 2만5000명이 다쳤다. 무차별적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피해자는 주로 민간인이었다. 독일이 패전하면서 V-2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사일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실제 파괴력과 관계없이 극심한 사회혼란과 공황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 사례가 1981년에 시작된 이란과 이라크 간의 8년 전쟁이다. 이라크는 전쟁 중에 소련제 미사일 스커드 B의 사정거리를 서방 기술자의 도움으로 1000㎞까지 연장한 ‘알후세인’을 개발한다. 이에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500㎞ 사정거리의 조잡한 화성5호 탄도미사일 100여발을 수입하게 된다. 교착 상태의 전쟁은 1988년 2월29일에 이라크가 총 189발의 알후세인 탄도미사일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의 주요 도시에 발사해 2000여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대도시에서 주민의 탈주 사태가 벌어지고 이란은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된다. 물론 이란도 화성5호 탄도미사일 77발을 바그다드로 쏘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란은 정전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불려 나오게 된다. 미사일로 인한 사망자가 다른 무기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었음에도 공포는 그 수십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사태
소련의 ICBM 배치 움직임에
미국과 3차대전 위기까지
그 뒤 양국 증강경쟁 불붙어

68년 미·소의 미사일은
지구를 30번 멸망시킬 괴력
서로에게 공포 대상 되자
무기감축 테이블에 마주앉아

‘제1격에 완전 몰살’…수량이 중요해져
이 전쟁의 승리로 사담 후세인은 중동의 절대강자로 부상한다. 이스라엘을 징벌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후세인은 아랍의 맹주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싹튼 후세인의 망상이 3년 뒤에 쿠웨이트 침공으로 치달은 것도 스커드 미사일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렵다. 반면 이라크의 미사일에 당한 이란은 이후부터 절치부심하며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게 되고 이것이 오늘날 이란의 미사일 문제로 이어진다.
전세계의 지역 분쟁에서 미사일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남긴 유산이다. 이 두 강대국 미사일의 파생상품과 기술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중간급 국가들의 미사일 경쟁이 거세졌다.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태는 단지 쿠바에 소련의 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려 전 미군에 데프콘2, 즉 전쟁 직전의 단계까지 가게 했다. 만일 흐루쇼프(흐루시초프)가 미국으로부터 쿠바를 방위하기 위해서였다면 당시 사정거리 176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s)만 배치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소련은 여기에 더해 3600㎞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s)까지 배치하려 했다. 쿠바 방위를 넘어 미국 전체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한 케네디는 쿠바의 해안 봉쇄를 선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미-소 간의 충돌이 생기면서 자칫 3차 대전으로 거의 갔던 사건이다. 케네디는 위기가 끝나고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3분의 1과 2분의 1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가까운 곳에 전략 핵미사일이 배치된다는 건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다.
미국과 소련은 인류 문명의 전부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핵미사일 증강의 광기로 치달았다. 1961년 2월 초에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장관이 된 로버트 맥나마라에게 전략공군사령관인 토머스 파워 장군은 미-소 간에 핵 맞대결이 있은 다음에 “미국인이 2명 살아남고 소련인이 1명만 살아남는다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부는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 그리고 중국의 모든 도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통해 적어도 사망자가 4억명에 달하는 전략 공격 능력을 보유할 것을 주장했다. 냉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상되느냐에 대한 인간적인 측면보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는 군사적인 측면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대였다. 군사시설이든 민간시설이든 상관없이 1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겨냥하여 중국과 소련의 전체 블록을 몰살시키는 계획이어야 한다는 게 파워 장군의 주장이었다. 세상을 끝장내는 이러한 파국은 어떤 중간단계나 경고도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좋다는 것이 미 전략공군사령부의 기본 생각이었다.
이 당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단순히 적국을 멀리서 파괴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핵무기로 보복하지 못하도록 ‘제1격’에 완전히 몰살시키는 데 그 초점이 있었다. 불완전한 공격으로 소련의 잔여 핵 보복 능력을 허용하면 미국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한 그 살상능력 못지않게 수량이 중요해졌다. 미국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의 충격으로 소련한테 압도당할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에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몰입했다. 또한 미국이 소련의 핵 공격을 받아 본토의 지상 발사 핵미사일이 파괴되어도 소련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계속 보유하는 능력, 즉 ‘제2격’으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SLBM)을 갖춘다는 목적으로 핵미사일을 증강했다.
미·러 “2018년까지 전략 핵탄두 1550개로”
1960년대 초까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은 4기밖에 안 됐고 폭격기도 200대에 불과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소련의 핵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핵미사일을 증강한 것이다. 케네디와 그의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이런 사상에 넌더리를 쳤으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핵전쟁을 실제적인 가능성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케네디는 절망적인 군비경쟁을 끝장내려고 했으나 1963년에 암살당하면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암살당하던 바로 그해 1월에 케네디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류가 전쟁을 끝장내지 못하면 전쟁이 인류를 끝장낼 것”이라고 절규했다. 그 이후 소련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급격히 증강하기 시작해, 1968년 무렵에 미·소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를 적어도 30번 이상 멸망시킬 수 있는 극한의 수준에 도달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은 서로 확실히 멸망시킬 수 있는 ‘상호확증파괴’(MAD) 능력을 보유한 ‘공포의 균형’에 이르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미·소가 상대방의 보복을 우려하여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불안한 평화로 이어져, 양국을 핵미사일 감축을 위한 길고도 지루한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 모으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전략무기제한협정’은 1972년에 최초로 합의되었다(SALTⅠ). 여기서 미사일 보유 상한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1054기, 소련 1618기로 제한하며 수중(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미국 710기, 소련 950기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제2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Ⅱ)은 79년 6월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식 조인되었다. 내용은 양국의 전략무기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공대지 탄도미사일(ASBM)의 총수를 조약 발효와 동시에 2400개 이하로, 다시 81년 말까지는 2250개 이하로 규제하면서 더이상 새로운 공격용 전략무기의 개발을 금지한 것을 뼈대로 했다. 82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제한’이 아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을 제안하여 협상이 이어지다가, 91년 7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핵무기를 향후 7년간 각각 30%와 38% 줄인다는 내용의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서명했다. 93년 1월 부시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양국 전략핵무기의 3분의 2를 감축해 핵탄두를 3500기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의 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에 서명했으나 양국 의회가 모두 이 협정을 비준하는 데는 2000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99년부터 시작된 3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Ⅲ)은 핵탄두를 각각 2000기 선으로 줄여나가는 협상으로 아직 진행중이다. 그러는 동안 미·러는 2002년에 핵탄두 수를 2012년까지 1700~2200기 사이로 감축하자는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을 체결했다. 이렇게 줄여도 전세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의 95%는 미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폭격기를 미국은 812개, 러시아는 494개를 배치하고 있다. 전략 핵탄두도 미국은 1737기, 러시아는 1492기를 배치했다. 2011년 2월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한 미국과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에 따르자면, 양국은 2018년까지 전략적 배치 수량을 발사 및 운송 장치는 700개까지, 전략 핵탄두는 1550기까지 줄여야 한다.
‘핵 없는 세상’을 외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감축에 적극적이지만 핵과 미사일에 대한 냉전 식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Ⅲ을 450기, 수중발사 탄도미사일인 UGM-133A를 288기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한 종류밖에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절대무기’는 종교적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는 신이 부여한 평화유지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반면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R-36M, UR-100, RT-2PM, RS-24, R-29, RSM-56 6종, 수중발사 탄도미사일로 TU-95, TU-160을 배치하고 있다. 여전히 공포의 균형 상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러·중·프·영 ‘ICBM 보유’
자력으로 인공위성 쏘아올린
일 등 4개국도 ‘잠재 보유국’

북, 이번 로켓발사 실패로
ICBM까지 10년쯤 늦춰졌지만
이미 주변국엔 국제적 위협
‘좌시 않겠다’는 분위기와
미 안보우산 줄서기도 본격화

북한 ICBM, 기술적 실패가 더 큰 재앙 될 수도
냉전은 전세계에서 총 5곳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을 탄생시킨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으로 이들 5개국은 모두 핵보유국이다. 여기에다가 잠재적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은 인공위성 자체발사에 성공한 일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를 합한 9개국이다. 북한이 이번에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면 10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며, 잠재적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란이 북한과 비슷한 속도로 로켓 발사에 뛰어들고 있다. 이렇듯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존 보유국에 의한 강력한 과점체제로서 신규 가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지만, 북한과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에 성공한다면 동북아, 나아가 전세계의 전략적 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켓 발사라는 점에서 인공위성 발사와 거의 유사하지만 3단계의 서로 다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80~300초가 걸리는 발사 및 추진 단계는 추진체 연소가 종료되기까지의 단계로 지상 100㎞ 이상의 성층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당한 추력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이 단계를 돌파하는 데 1998년과 2009년 발사에서는 성공했고, 2006년과 2012년 발사에선 실패했다. 즉 50%의 성공률을 갖고 있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의 성패는 산화제와 연료의 배합 및 분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엔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고, 연소된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기술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북한은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간비행 단계는 우주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자유비행하는 단계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약 20분이 소요된다. 북한은 이 단계에서 네번 다 실패했으나, 2009년 발사에선 거의 성공 직전까지 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분리되어야 할 2단과 3단의 분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사유는 확실치 않다. 마지막으로 재진입, 즉 종말 단계는 목표 지점에 투하되도록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단계다. 대기와의 마찰로 온도가 수천도에 이를 때 탄두가 폭발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탄두의 끝부분에 특수 삭마제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또한 목표 지점 부근에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자면 우주에서 추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껏 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정확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도 탄두의 재진입 기술만 확보한다면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으로 격상될 수 있다. 일본은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에 자극을 받아 이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데 1~2일이 소요되어 발사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체 연료를 쓸 경우 사전에 징후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위협적이다. 고체 추진체는 산화제와 연료를 분말로 혼합하여 응결한 것인데,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설적으로 북한 미사일의 항법장치와 추력 조절 등 기술이 정교하지 못한 점이 더 위협적이다. 어디로 날아갈지, 통제가 되는 미사일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고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나중에는 발사 후에 어떤 기술적 실패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북한이 액체 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미국은 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통해 북한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발사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여기에는 조기경보기, DSP 조기경보위성, 엑스(X)밴드 레이더 등의 감시자산이 동원되고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이 동원된다. 미국은 바로 이 단계에서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사일 요격은 총알로 총알 맞히기
북한의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솟아올라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의 정찰위성에서 본다면 북의 미사일은 하나의 정지된 점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 궤도와 연료의 양을 슈퍼컴퓨터가 계산하면 이론상으로는 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2009년 4월에 북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추진체의 크기와 연료량, 속도, 궤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하여 발사 후 30분 만에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크게 흡족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더라도 탐지와 추적은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탐지는 잘했더라도 실제 요격은 단지 확률의 문제일 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반드시 요격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1983년에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하고 30여년간 천문학적인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나 아직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의 탄두를 미사일을 발사하여 요격한다는 것은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에 비견되는 과학의 극한점에 위치해 있다.
그러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원래 4~5년 내로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이번 발사 실패로 그 시기는 ‘10년 후’쯤으로 연기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북의 로켓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과민한 반응들은 과거 세번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는 비교되지 않는 ‘이상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 나라들한테 ‘북한 미사일의 정치학’이 작동하는 느낌이 든다. 이 정치학의 핵심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위협하는 ‘국제적 위협’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북한의 위협은 한반도 내부의 문제였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위협은 더이상 한반도 문제를 ‘강 건너 불’로 보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미사일은 주변 아시아 나라들에는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도록 하는 초대장인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안보우산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줄서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만, 일본, 필리핀은 북한 로켓에 대비한 미국과의 공조에 더 기울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북한이 아시아의 징벌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 즉 호모 사피엔스의 군비경쟁 본성이 도사리고 있다.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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