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0일 목요일

가평高 졸업식 찾은 '특별한 손님'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가평高 졸업식 찾은 '특별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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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11 03:01 / 수정 : 2011.02.11 04:38

6·25 전쟁 중 학교 설립한 美 40사단 대표단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3월 미군 보병 제40사단은 경기도 가평에 주둔하고 있었다. 사단장 조셉 클리랜드(Joseph Cleland) 장군은 안쓰러운 장면을 만났다. 천막학교에서 학생 150여명이 오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학교를 새로 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1만2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가평고(가평군 가평읍 대곡리)의 시작이다.
▲ 왼쪽부터 미군 제40사단 로만 사병 대표, 참전용사인 알 포펠과 드웨인 웨일리씨, 스캇 존슨 사단장 그리고 가평고 한병헌 교장. 뒤에 보이는 부조는 조셉 클리랜드 장군이다. /가평고 제공

전쟁과 가난에 찌든 이역만리 학생들에게 희망을 줬던 미군들이 소중한 인연을 60년째 이어가고 있다. 10일 제56회 졸업식에는 귀한 손님들이 왔다. 40사단을 대표한 스캇 존슨 사단장, 참전용사인 알 포펠(79)씨와 드웨인 웨일리(82)씨다. 이들은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오랜 우정을 되새겼다. 존슨 사단장은 축사도 했다.
당시 클리랜드 장군은 장병들의 정성을 모았다. 2달러 이상씩 십시일반으로 냈다. 공병부대가 건물을 짓고, 주민과 학생들도 나서 교실 10개와 강당 1개를 완성했다. 학교에 사단장의 이름을 붙이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클리랜드 장군은 "처음 전사한 내 부하의 이름이 마땅하다"고 했다. 두 달 전에 19세로 산화한 케네스 카이저(Kenneth Kaiser Jr.) 하사다.
가평고는 '가이사중학원'으로 시작했다. 주민들은 '카이저'를 '가이사'라고 불렀다. 이후 가이사중, 가이사고를 거쳐 가평고로 바뀌었다. 건물도 새로 들어섰다. 그러나 우정은 전해졌다. 지금도 교정에는 '이 학교는 미 제40 보병사단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장래 지도자들에게 봉헌한 것입니다. 1952년 8월 15일'이라고 새긴 표석이 있다.
1987년, 은퇴한 클리랜드 장군이 연금의 일부를 기부하러 다시 찾아왔다. 첫해 311만원을 내놓았고 1990년부터는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가 1997년 타계한 후에는 부인이, 다시 부인이 작고하자 40사단 후배 장병들이 뜻을 이었다. 사령부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매년 장학금을 보태 기금이 3200만원으로 늘었다. 이번 졸업식에서도 '클리랜드 장군상'과 '가이사 장학금'이 전달됐다. 참전용사들은 졸업식에 앞서 미국서 가져온 태극기를 손수 게양했다.
가평고는 2008년 '가이사기념관'을 만들고, 작년에 새로 지은 기숙사를 '클리랜드홀'로 명명했다. 카이저 하사의 유족과 묘소를 수소문해 찾기도 했다. 한병헌 교장은 "미군들의 희망처럼 우리가 기숙형 명문 공립고로 성장해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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