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손판술씨, 모교에 1억원 쾌척
"마지막 가는 길 더 베풀지 못해 아쉬운 마음뿐"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 입력 2011.02.08 03:08 | 수정 2011.02.08 10:32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부산
"좋은 일 많이 하고 싶은데…. 그거 못하고 가는 게 제일 아쉽지. 시간이 없어."
7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손판술 (69)씨가 힘겹게 입을 뗐다. 성긴 백발에 보라색 모자를 쓴 그의 몸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했다. 손씨는 작년 3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위를 모두 들어내고 비장까지 절제했다. 하지만 지난달 병원에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길어야 2달 정도"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7일 오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손판술씨가 딸들에게“좋은 일 많이 하고 싶은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7일 손씨는 약사로 일하며 모은 1억원을 모교 숙명여대 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진통제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그는 "안 먹고 안 쓰면서 살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베풀고 살 걸 그랬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경남 밀양 에서 태어난 손씨는 숙대 약학과에 입학해 1964년 약사고시에 합격한 뒤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딸 넷을 키웠다.
병실엔 손씨의 대학 입학 당시 사진과 졸업 사진이 놓여 있었다. 손씨는 "내 평생 대학 합격 통지서 받던 날이 가장 기뻤다"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숙대는 약대에 있는 강의실의 하나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 그의 뜻을 기려 '손판술 약학도서관'으로 이름 붙이기로 했다. 한영실 총장은 "'아름다운 떠남'을 준비하고 계신 선배님께서 후학을 위해 마음 쓰시는 게 눈물 나게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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