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4일 월요일

500만 원 모아 연 '제과점'... 행복한 주부 사장 열 명 | Daum 미디어다음

 

500만 원 모아 연 '제과점'... 행복한 주부 사장 열 명

오마이뉴스 | 입력 2011.02.15 13:39 | 수정 2011.02.15 14:16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부산

[오마이뉴스 오창균 기자]
지난해 말 큰 파장을 일으킨 '쥐식빵' 사건은 한 업주의 양심을 져버린 상행위에 대한 충격과 함께 그 이면에 있던 대형 제과업체들의 무한경쟁에 따른 부작용의 한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제는 동네빵집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만큼 대형 프렌차이즈에 잠식당한 제과시장에서 창업은 도박 만큼이나 위험한 업종이 되었다. 더구나 프렌차이즈 가맹점을 통한 창업에 가맹비와 매장 임대료, 인테리어와 설비를 갖추는 비용을 합치면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이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대형 프렌차이즈 제과점의 난립 속에서도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는 동네빵집을 특집으로 다룬 어느 주간지에 소개된 '김탁구'들의 성공비결은 정직한 맛과 이웃에 대한 베품 그리고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었다. 지난 12일 토요일 이처럼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는 한 제과점을 찾아가 보았다.
분당선 전철을 타고 미금역에서 내려 버스로 서너 정거장을 지나 도착한 곳. 주변에 아파트 단지만 있을뿐, 상가로 보일만한 건물이나 구멍가게도 없어 보이는 한적한 곳이어서 잘못 내린줄 알았다. 조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식당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자 제대로 찾아왔음을 보여주는 한 가게 간판이 보였다. 그럼에도 주변의 정황으로 보아 상권이 보장될 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의구심을 쉽게 버리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직접 인테리어하고, 학교 선생님께 배우고... 엄마들끼리 연 '제과점'

카페 내부장식도 열 명의 주부들 재능을 살려서 개성있게 꾸몄다.

ⓒ 오창균

며칠 전, 미리 취재요청을 했지만 서로 생각했던 토요일이 달랐던지, 약속을 한 당사자는 해외여행 중이라고 했다. 되돌아 가야 하나 하는 불길한 생각도 잠시, 토요일 근무에 나선 김혜장(51) 대표와 김은영(48)씨, 비번으로 찜질방에 가려고 했다는 신성애(48)씨가 매장으로 나왔다. 원두를 직접 갈아 내린 커피와 쿠키를 맛보면서 가게를 시작하게 된 경위를 묻자 창업을 주도한 신성애씨는 줄곧 일자리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아이들의 학교(중·고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엄마들끼리 '아이들은 다 컸고, 그냥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일거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서로 통했어요, 그렇게 몇몇 엄마들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니 어떤 엄마가 밥보다 과자 만드는 것을 더 잘 한다는 거예요. 더구나 (아이들) 학교의 베이커리 선생님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매장을 얻고 설비 시설 등을 했어요."
학부모 다섯 명은 의기투합하여 500만 원씩 출자금을 걷어 2500만 원의 창업비용으로 보증금 없는 매장(5평)을 얻고 필요한 설비를 갖추었다. 각자의 재능을 살려 인테리어와 소품도 직접 준비해 지출을 줄였고, 케이크와 쿠키 만드는 기술은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에게 한 달간 배웠다. 창업 준비와 동시에 영업을 하게 됐는데 거기에는 동네 엄마들이 너도나도 사가는 극성을 부린 덕분에 일찍 매장을 열게 된 사연이 있다.

이날 당번근무를 한 김은영(48), 김혜장(51) 대표와 찜질방에 가려다 취재요청을 받고 나온 신성애(48)씨.(왼쪽부터)

ⓒ 오창균

주재료인 밀가루, 우유, 계란, 설탕 등 수급이 가능한 모든 재료는 유기농제품을 사용하며 커피, 코코아 같은 수입품은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한다. 일반 재료에 비해서 세 배가 넘는 비용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안전하고 신뢰받는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원칙을 세우고 좋은 재료만을 선택하여 손이 가더라도 일일이 직접 팥앙금을 끓이고 땅콩을 볶는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족들과 이웃들의 '얼마나 오래가는지 두고보자'는 염려와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매장을 연지 1년 만에 다섯 명의 이웃이 또 합류해 똑같이 500만 원씩 출자하고 매장을 옆으로 더 확장해 카페처럼 내부를 단장하고 동네 사랑방처럼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매장에서는 물건을 맡기고 찾아가고 소식을 전해주고 받는 등, 여러가지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또 편하게 찾아와 담소를 나누고 뒷풀이를 하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단다. 어느덧 가게는 때때로 영업마감 시간인 오후 10시를 넘겨 자정까지 아줌마들의 수다가 길어져도 불편하지 않은 곳이 되었다.
지역사회 '소통과 연대'를 꿈꾸는 아줌마 사장들

케이크와 쿠키에 들어가는 재료는 국내산 유기농과 공정무역으로 들어온 재료만을 사용한다.

ⓒ 오창균

가게에서는 매주 1회,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쿠키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쿠킹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음식을 팔아야 하는 손님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격이지만, 지역에서 소통과 연대를 다지는 다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단다.
또한, 지역의 소외계층을 돌보는 일에도 참여해 생일 때마다 케이크를 보내주고 있으며 좋은 일에는 무료로 바자회나 일일찻집 학생들의 실습공간으로 내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협동을 통한 공동체를 위한 일들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지금도 수익이 많든 적든 일정금액으로 돌봄단체를 후원하고 있단다.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이제는 열 명의 동업자가 모였으니 삐걱거림이 생기면 어떻게 해소를 할까?
"처음에는 많은 의견충돌이 있었죠. 테이블 위치에 대해서도, 식사는 공금으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러 사소한 것들의 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서로 일을 못하겠다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런 과정속에서 상대를 알게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기술도 생긴 것 같아요."

조리실 내부는 외부에서 볼수 있게 되어 있으며 매우 청결했다.

ⓒ 오창균

크지 않은 매장에서 열 명이 조별로 주 2~3일씩 번갈아 순환식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반죽을 치대고 재료를 직접 조리하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충분한 휴식시간이 있어서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일한다고 한다. 입소문을 통해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생겨나는 등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다행이다.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유기농)재료비가 올라가는 것이 큰 걱정거리지만 판매가격에 재료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한다.
창업한지 1년 6개월, 월 매출 700~800만 원에서 재료비와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각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직은 적은 몫이지만 이웃들에게 좋은 먹을거리와 즐거운 공간을 제공한다는 기쁨과 함께 자신들이 만든 일자리에 대한 애착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듯 했다. 이들은 오늘도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행복을 담은 쿠키를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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