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닌텐도는 왜 아이폰에 밀려났을까
이면우 울산과기대 석좌교수·인간공학 입력 : 2011.11.02 23:20
기업 수명 좌우하는 창의경영, 창의조직은 기존기구서 떼내고 최고경영자가 팀장 맡아야
본사에서 먼 곳에 사무실 두고 새 인재 찾아 소규모로 출발
- ▲ 이면우 울산과기대 석좌교수·인간공학
아이폰의 출현으로 일본의 닌텐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일전에는 스웨덴의 에릭슨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게임시장을 독점하던 히트 상품이 힘없이 물러서고, 휴대폰 시장을 선도(先導)하였던 기업이 졸지에 사라지는 것이다. 기업의 수명은 얼마이며, 수명을 연장하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제조업의 발전 과정을 분석해 보면, 기업의 수명은 보통 30년이며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등 7.5년을 주기로 단계적인 흥망성쇠(興亡盛衰)가 반복된다. 그러나 앞의 예에서 보듯이, 성숙기에 있던 기업이 쇠퇴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수명을 다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이제 기업의 수명은 20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줄어든 수명을 연장하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창의(創意)경영을 도입하고, 주기적으로 이의 도입을 반복해야 한다. 창의경영은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우리가 익숙한 경영체제는 공격목표와 업무추진 체계가 잘 짜인 사단 규모의 전투와 같다. 그러나 창의경영은 적군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전황(戰況)을 탐색해야 하고, 지도에도 없는 새로운 공격목표를 찾아내야 하는 수색분대의 작전과 같다. 대상을 모르고 방법이 없으니 시행착오와 위험부담이 높다.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을 책임지기도 힘들다. 이런 업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창의경영의 조직과 책임자, 부서와 구도, 구성원의 전공과 선발기준, 연수과정을 살펴보고 창의경영의 도입 방안을 요약해 보자.
우선 창의조직은 기존 조직과 분리하여 이원화(二元化)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 업무목표와 진행효율, 평가기준과 인사고과의 압박이 만만치 않은 현업을 진행하면서, 정체불명의 창의업무를 지속적으로 병행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문형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인텔은 이원화된 창의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한 팀이 차기 제품을 연구하면, 다른 팀은 그 팀이 진행하는 차기 제품을 예측하고 이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차차기 제품 기획에 몰두한다. 이들은 같은 회사 소속이지만 일체의 업무교류가 없는 적대적 관계이다. 자사제품을 퇴출시키려는 기획업무를 소신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최고경영자이다. 미니밴으로 퇴출위기를 극복하였던 아이어코카, 공룡기업의 경영혁신에 성공한 웰치, PC와 휴대폰 혁명을 주도한 게이츠와 잡스는 창의조직의 팀장을 자처하였던 사람들이다.
인력 구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그 회사의 기업문화에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약개발에 관심이 높았던 싱가포르 제약사 회장은 전 세계를 뒤져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연구원 한 명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연구원이 추천하는 전문인력을 찾아가 충원하였다. 이 회장이 자랑하는 무용담 중에는 입사를 꺼리는 연구원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의 맞선을 주선하고 결혼을 성사시켰던 이야기도 있다. 허름한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지적재산권 수입은 본사 매출을 능가한다.
창의조직의 규모는 몇 명이 적당한가. 작은 일에서 시작해 큰일을 이루는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럭셔리 자동차 개발을 갈망하던 도요타 회장은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신입사원 6명으로 신차 개발팀을 만들었다. 잠행(潛行)을 계속하던 신입사원들은 1년 후 개발기획서를 작성하였다. 이들이 기획한 렉서스는 비슷한 시기에 세계시장에 출시된 경쟁사 차종들을 압도하였다.
구성원의 대학 전공은 어떤 분야가 좋은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업무이다 보니 바람직한 전공이 있을 수 없다. 혁신적인 제품은 현업과 동떨어진 예상 밖의 분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로봇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파낙의 핵심 연구인력은 6명인데, 이들의 대학 전공은 기초학문이다.
창의조직의 사무실은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은가. 본사와 격리된 장소가 좋다. 본사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웃의 교류 요청을 뿌리치기 힘들다. 여기저기 참석하고 보고에 신경을 쓰다 보면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나 창의경영 팀도 연수원 과정은 거쳐야 할 것 아닌가. 연수도 별도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이 글의 앞머리에 언급한 게임기·휴대폰 기사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창의경영을 해야 기업 수명이 연장되고 퇴출 위기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창의경영은 어렵게 생각되지만 기업이 사는 가장 쉬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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