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만들고, 꽃밭 일구고 … 백석동 ‘쓰레기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2011.10.21 00:40 / 수정 2011.10.21 00:40쓰레기 매립지 세계가 주목
매립지 가스로 발전 … 하루 18만 가구 전력공급 12일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 내 제2매립지 위로 폐기물 운반 차량이 지나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699개의 가스포집관을 통해 모인 가스는 인접 폐기물매립발전소로 보내진다. 이 발전소의 하루 전력생산량은 120만㎾h이며 이는 18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김도훈 기자]
20일 낮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입구. 서울·경기·인천에서 생활쓰레기를 싣고 온 덤프트럭들이 잇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수도권 58개 시·군·구의 2200만 인구가 배출한 것으로 하루 1만6000여t에 달한다. 계량·검수대를 통과한 트럭들은 제2매립장으로 이동해 쓰레기를 차례로 쏟아부었다. 쓰레기가 넓게 펼쳐졌고 그 위로 50㎝ 두께의 흙(복토재)이 덮였다.
가연성 폐기물을 모아 만든 폐기물고형연료(RDF). 주로 보일러 보조연료로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하루 200t의 가연성 폐기물을 처리해 100t 가량의 RDF를 생산한다. 생산된 RDF는 t당 2만 5000원에 판매된다. [김도훈 기자]
2000년 10월까지 6400만t의 쓰레기가 매립된 제1매립장은 이제 광활한 잔디밭으로 변해 있고, 내년 봄이면 36홀짜리 대중골프장이 들어선다. 매립장 인근 야생화단지에서는 7일부터 시작된 ‘가을꽃 개방잔치’가 한창이다. 86만㎡에 이르는 억새밭·국화화원·자연습지에다 코스모스 꽃밭도 7만㎡가 조성돼 23일까지 공개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박병록 차장은 “과거 연탄재를 묻었던 곳에 꽃밭을 조성해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6.7배, 축구장 2800개 넓이로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지(면적 2000만㎡)인 이곳이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07년부터는 매립가스를 연료로 하는 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 시간당 5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국 등 외국의 폐기물 매립 관계자 2750명이 이곳에 다녀갔다. 한국이 20년 만에 이뤄낸 ‘쓰레기 처리 기적’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에는 1992년 2월부터 쓰레기 매립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난지도 시절을 벗어나지 못해 침출수와 악취 공해로 주변 지역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복토용 흙 공급을 둘러싼 비리도 일어났다. 하지만 서울·인천·경기도 등 3개 시·도가 함께 운영하던 조합 대신 2000년 환경부 산하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출범하면서 효율적인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16~20일 대구에서 열린 2011년 국제폐기물협회(ISWA) 세계대회에서도 한국의 폐기물처리 기술 발전은 60개국 800여 명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관심사였다. 대회조직위원장인 이동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침출수와 악취, 먼지가 들끓었던 난지도에서 벗어나 위생적인 수도권 매립지를 건설·운영하게 된 것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훌륭한 모범 사례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시설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앞서가고 있다. 1995년 전국이 동시에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하고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도 성공적으로 정착되면서 전체 폐기물의 81%, 생활폐기물의 61%를 재활용하는 ‘선(善)순환 관리체계’가 자리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인 환경저술가인 미국 지구정책연구소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최근 펴낸 『앵그리 플래닛』에서 “종이 재활용률이 일본과 독일이 70~80%인데, 한국은 무려 91%에 달한다”며 “모든 나라가 한국만큼 종이를 재활용한다면 전 세계 목재 펄프 생산량은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인천=정기환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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