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Why] [신동흔의 휴먼카페] 하루 최대 3만명 찾는 요리사이트 '나물이네'의 김용환씨… 그 '밥상'의 비밀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Why] [신동흔의 휴먼카페] 하루 최대 3만명 찾는 요리사이트 '나물이네'의 김용환씨… 그 '밥상'의 비밀

  • 15 03:13 / 수정 : 2011.10.15 11:06
40세 노총각의 '생존 요리'에 주부들이 반했다… "친정엄마보다 낫네"

'나물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40세 노총각 개인 홈페이지에 주부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 10년째다. 오고가는 대화는 대부분 요리에 관한 것. 비오는 날엔 손쉽게 전 부치는 요령이 올라오고, 평소엔 쉽게 맛내기 어려운 조림이나 찜을 만드는 비결도 들려준다.
중앙대 미대를 졸업한 뒤 웹디자이너로 일했고, 한동안 아동도서 삽화 그림을 그렸던 '나물이' 김용환이 31세이던 2002년, 월드컵 끝나고 실직(失職) 상태에서 오픈한 홈페이지 '나물이네'(www.namool.com)는 그의 인생에 전기(轉機)가 됐다. 20대 내내 이어진 자취 10년의 '부엌 내공'은 웬만한 주부들도 따라오기 힘들었다. 전공을 살려 맛깔나는 음식 사진에다, 웹디자인과 커뮤니티 운영자의 경험까지 더해져 그의 사이트는 하루 최대 3만명이 찾는 인기 사이트로 부상했다. 한동안 국내 개인 홈페이지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 만든 요리를 직접 촬영하는‘나물이’김용환씨. / 영진닷컴 제공

그가 소개한 것은 '요리 선생님'의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쉬운 '밥상 차리기'용 반찬들이었다. 냉장고 안 처치 곤란한 식재료를 일순에 없애주는 아이템도 많았다. 야채칸 썩기 직전 당근이나 냉동실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만두가 그의 손을 거쳐 훌륭한 요리로 탄생하는 모습에 초보 주부들은 열광했다.
2003년 말 처음 출간한 요리책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나물이의 생존전략'(영진닷컴)이 130만부 이상 팔린 것을 비롯해 '나물이 시리즈'(5권) 요리책은 모두 스테디셀러가 됐다. 일본에서도 번역돼 지난 7월부터 일본 후지TV에서 '나물이표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K-쿡'이란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40대로 접어든 그는 요즘 20대 주부들로부터 가끔 "나물님이 친정 엄마보다 낫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가 감기라도 걸리면, "몸은 괜찮으신 거죠? 나물님 몸은 나물님만의 것이 아니란 거 꼭 알아주세요"라는, 남편들이 알면 펄쩍 뛸 것 같은 댓글이 올라온다.
전국의 수많은 주부가 매일 만나는 이 남자의 일상은 온 종일 뭔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요즘은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마당 넓은 집을 얻어 부모님 모시고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었다.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전동대패·타카·스킬톱 같은 목공장비로 뭔가를 만들었다. 오색패랭이꽃과 코스모스, 다알리아가 피어있는 마당 한쪽에 김장용 무·배추와 바질·타임·방아·호박·부추·씀바귀·취나물, 금방 식재료로 쓸 수 있는 허브와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지난 7일 오후, 그의 집 앞마당에서 버너에 끓인 물로 탄 이과수 커피와 장작불에 구운 고구마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 그의 홈페이지‘나물이네’에는1500여 가지의 요리가 소개돼 있다. 1년이 365일이니까 10년 3650일 동안 이틀에 하나꼴로 꾸준히 음식을 만들어 올려온 셈이다. 뜻하지 않은 실직 후 시작한 나물이네는 이제 그의 삶이 됐다. /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백수에서 베스트셀러 저자로
―여성들, 특히 주부들한테 인기가 대단하다.
"내 책이 아마 주부들이 갖고 있는 요리책 중에서 가장 지저분할 것이다. 너덜너덜해지고 고춧가루가 묻어 있는 책 사진을 보여주며 '이만큼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수많은 요리 사이트 중 노총각이 만든 사이트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노총각이 만드는 생존형 요리란 점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질(質)'이다. 당시엔 블로그도 없었고, 전문 요리사들은 조리법을 무슨 비법(秘法)이라도 되는 양 꼭꼭 숨겨두고 웹에 공개하지 않을 때였다. 그걸 개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 보여줘 버렸다. 간편하게 만드는 자취생 요리인 데다 맛도 좋았고…."
―요리는 언제부터 좋아했나.
"사남매 중 맏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음식을 잘했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아침 일찍 나가시면 부엌을 턱 하니 차지하고 찬장 뒤져서 비빔밥에 떡볶이, 볶음밥 이것저것 만들어 동생들과 나눠 먹었다."
―홈페이지를 만들 생각은 어떻게 했나.
"대학 졸업 후 서울 연신내에 월세 20만원 주고 작업실 겸 자취방을 얻었다. 월세 내면서 회사 다니다 보니 집에서 잠만 자는 게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궁리했다."
―그래서 요리 홈페이지를 만들었나.
"처음에는 동화 작가가 되려고 했다. 그러자니 자료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가 필요했다. 음식 사진이 잘 찍히는 카메라가 좋을 것 같아서 디지털카메라 음식동호회를 드나들었다."
―그게 직접 요리하는 것과 관계가 있나.
"나도 사진을 올리고 싶었다. 당시 사람들이 맛집에서 먹은 음식 사진을 많이 올렸는데, 나는 그런 데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았다. 한 달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올렸다. 조리법을 알려달라는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이것이 내 독자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낸 책마다 '나물이의 생존 전략'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첫 책이 나올 무렵, 나는 수입이 없었다. 월세 20만원이 버거운 '백수'였다. 닭 한 마리를 재래시장에서 1000원 주고 사와 삼등분한 뒤 세 가지 요리를 만들어 사이트에 올릴 정도로 아꼈다. 그래서 '생존 전략'이란 말을 썼다. 지금도 요리책이 생계 혹은 생존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10년 전이나 마찬가지다."
―'나물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얻었나. 나물 요리를 잘했나.
"관계없다. 개그맨들도 많이 따라 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의 '콩나물 팍팍 무쳤냐'를 잘 흉내 낸다고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일본 후지TV에서 당신의 음식을 주제로 'K-쿡'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데.
"책 다섯 권 중에서 두 권이 일본어로 번역됐다. 최근 K-팝 바람이 불면서 일본 내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도 커져, 지난 7월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후지TV 인터넷에서 시즌 1을 끝내고, 10월부터 시즌 2에 들어갔다. 시즌 1은 100만 뷰(view)를 기록했다.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본격적으로 케이블 TV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직접 출연하는 것인가.
"아니다. 일본 MC와 번역자가 나와 내 책에 나온 대로 요리를 만들어보고 한류 연예인이 출연해 시식해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인터넷 방송용 콘텐츠라서 인사말을 아이폰으로 촬영해 보내준 적은 있다."

▲ 나물이의 쉽게 만드는 요리

한국식 밥숟가락 계량법의 원조
그의 요리법은 '실전형'이다. '듬뿍 넣는다'거나 '한두 방울' 같은 애매한 표현은 없다. 대신 밥숟가락 1개, 2분의 1, 3분의 1 등 1~2인분을 기준으로 숫자를 제시한다. 특히 그는 서양식 '큰술', '작은술' 계량을 몰아내고 우리 밥숟가락을 계량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밥숟가락 계량법의 '원조'로 통하던데.
"자취 시절 보던 요리책마다 하나같이 큰 술, 작은 술이나 밀리리터(mL) 단위로 표기돼 있었는데 나한테는 계량스푼이나 서양식 숟가락이 없었다. 솔직히 간장이나 된장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감(感)을 잡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만의 한국식 '밥숟가락 계량법'에 익숙해졌다."
―어떤 차이가 있나.
"요리책에 나오는 '1 큰술'과 '1과 2분의 1 작은술'은 똑같이 15mL다. 서양 사람들이 자기들 식탁에 올리는 수프용 큰 숟가락(15mL), 디저트용 작은 숟가락(5mL)을 계량 단위로 사용한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 밥숟가락은 10mL여서 훨씬 편리하다."
―첫 요리책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팔렸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과거 요리책을 예쁘게 만들려고, 완성된 요리 사진만 크게 싣고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조각 사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반대로 갔다. 끓기 직전이나 재료를 배합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 '실패가 두려운' 초보자들이 눈으로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해줬다. 또 내가 직접 요리하고 사진 찍고 글을 썼기 때문에 조리법상의 오류가 적었다. 요리사, 사진작가, 작가 등 5~6명이 달라붙어 한 달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요리책에는 오류가 많다. 나는 지금도 '하루에 요리 한 가지만 만든다'는 원칙을 지킨다."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요리 가짓수는 얼마 정도 되나.
"1500가지 정도 된다. 1년이 365일이니까, 10년 3650일 동안 이틀에 하나꼴로 꾸준히 음식을 만들어 올려온 셈이다."
―10년인데 더 만들 요리가 남았나.
"아직도 경험해보고 싶은 요리가 더 많다. 10년을 꾸준히 하다 보니 칼질 실력도 늘었고, 요리를 보는 시각도 깊어졌다. 밥상만 갖고도 '아내와 함께 먹는 밥상', '아이와 함께 먹는 밥상'처럼 주제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10년간 가꿔온 세계가 내 힘의 근원"
그의 홈페이지는 짧지 않은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에서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과거에 이름을 떨쳤던 개인 홈페이지들이 파워 블로거나 카페, 커뮤니티에 권력을 내준 지 오래다. 하지만 '나물닷컴'은 이런 흐름에서 무척 동떨어져 있다. 어느 날 그가 홈페이지에 독백처럼 올려둔, "요즘 나는 바보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꾸민 내 세상 속에는 행복함이 있다. 누구도 나를 바보라 하지 못할 것이다"는 말처럼 그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이 꾸려온 세계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는 조금만 유명해지면 '패거리'가 만들어지는 인터넷의 습성과도 무척 다르다.
―개인 홈페이지라는 형태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정보의 공유와 개방이라는 초창기 인터넷 정신에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요즘은 포털 내부로 들어가지 않으면 대중과 만날 기회조차 사라진다. 지금 내 사이트는 국내 포털보다 구글에서 더 검색이 잘 된다. 만약 내가 네이버에서 블로거로 활동한다면 상황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폐쇄적인 것 아닌가. 내가 그리로 들어갈 수는 없다."
―원래는 회원 가입도 없었다던데….
"요리 정보를 공유하자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유명 사이트들이 회원 수를 일종의 '가치'로 보는 것도 싫었다. 그런 사람들이 떼를 지어 나중에 '패거리'가 됐다. 하지만 나도 나중에는 해킹 때문에 최소한의 가입 절차는 마련했다. 스팸이나 해킹은 장 담글 때 구더기 같은 존재다."
―요즘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와 비교하면 당신의 홈페이지는 너무 조용하다.
"내 홈페이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의 치유가 된다는 분도 있다.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올리고, 교류하고, 일기를 쓰는 잔잔한 공간이다.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지만, 동시에 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너무 요란하다."
―요리 정보제공 사이트로 시작해 기업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다. 다른 사업은 시도해보지 않았나.
"잠시 반찬가게를 열었다가 이내 접었다. 품질을 포기하면서까지 단가를 낮추는 것이 싫었다. 또 요리 만드는 내 본연의 삶을 원했다. 끊임없이 사람 만나고 가격 협상하는 것은 나의 삶이 아니더라."
―홈페이지에서 공동구매나 정육 판매를 하지 않나.
"거기선 단돈 1원도 가져오지 않는다. 모두 위탁했다."
―요리 쪽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는 있나, 요리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없나.
"거의 교류가 없다. 결혼 안 한 총각 주제에 여자들이 드나드는 사이트의 주인장이다 보니 딱 구설에 오르기도 쉬운 조건이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 주부가 찾아오면 이상하지 않겠나. 회원 모임은 지금까지 두 번 했다. 지난 7월 다섯 번째 요리책인 '나물이네 집밥'(중앙북스) 출판 기념회 때 우리 집 앞마당에 300명 정도가 모였는데 다들 남편 손을 잡아끌고 왔더라. 그날 남편들한테 눈총을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구상 중인가.
"작년 말 이곳으로 이사했다. 도시에선 하기 힘들던 장 담그기, 김치 담그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하기는 힘들어, 내년이나 후년쯤 결혼을 생각 중이다."
―'노총각'이 당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가.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려면 결혼해야 한다. 마당 한쪽에 요리 스튜디오를 꾸미고 있는데, 이곳에서 개인 방송을 해보고 싶다. 유튜브에는 정말 다양한 요리 영상이 올라온다. 그동안 혼자 해왔지만, 방송은 사람 손이 더 들어간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 함께 밥 먹을 사람도 절실하다."
―당신에게 요리는 뭔가.
"요리는 삶의 일부다. 요리 속에서 진정한 삶을 느낀다. 또 요리를 하면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자연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을 보는 느낌이 달라진다."

[키워드] 나물이네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밥숟가락 계량법개인 방송

▲ 미대를 졸업하고 요리책을 쓰고있는 '나물이'시리즈 저자 김용환씨가 경기도 광주 자신의 집에서 요리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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