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공룡들의 네티즌 약탈전
[Special ReportⅠ] 웹 4대천왕 전쟁- ① 게임의 법칙과 전리품
[21호] 2012년 01월 01일 (일)
필리프 베트게 外 economyinsight@hani.co.kr
웹 4대천왕 전쟁, 최후 승자는 누구?
디지털 4강 서바이벌게임, 누가 이기든 미국 업체… 전리품은 세계 시민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이들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4인방이다. 모두 미국을 근거지로 한다. 미국이 여전히 디지털 세상에서 초강대국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4인방은 이제 서로 물어뜯는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펼치려 한다. 아니, 이미 교전 중이다.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인류의 행복’이라는 명분 아래 치르고 있다. 과연 누가 축배를 들며, 누가 쓴잔을 마실까. 또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전쟁으로 인해 과연 천국의 기쁨을 누리게 될까. 이와 관련해 4인방에게는 네티즌이 ‘농부의 농작물과 같은 존재’라는 주장도 있다. 농부는 농작물을 정성껏 기른다. 그러나 수확철이 되면 그 농작물은 가차 없이 베어질 것이다. _편집자
디지털 공룡들의 네티즌 약탈전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사이버 ‘팍스 아메리카나’ 권좌 놓고 일전
디지털 초강자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정당당한 스포츠가 아니다. 4인방 모두 네티즌에게 한 조각의 편안을 주는 면이 있으나, 동시에 한 조각의 자유를 빼앗아간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을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고객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은 이 시대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다. 우리의 일상과 사고를 이처럼 크게 변화시킨 기업은 인류 역사상 많지 않았다. 디지털 세상을 나눠가진 네 기업은 이제 모두가 모두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돈이다. 아이디어·발명·특허, 이 모든 것이 좋고 대단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바로 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현재 1천억달러 이상이다. 2004년에 세워진 기업의 가치가 단 7년 만에 1천억달러가 된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이런 일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2012년 상반기에 기업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하자, 진지하고 냉철한 경제잡지마저 ‘메가 상장’이라거나 ‘페이스북 열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은 아마존(900억달러)과 함께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4곳 중에 오히려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구글의 총 주식 가치는 약 2천억달러이고,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를 만들어낸 애플의 시장가치는 심지어 3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다임러의 8배, 도이체방크의 10배다.
네 기업이 가진 경제적 파워만 해도 엄청나다. 애플이 새 아이폰을 공개하면 전세계가 마치 이전에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휴대전화를 만든 기업이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관심을 기울인다. ‘검색엔진계의 거인’인 구글 앞에 한 산업 분야 전체가 떨고 있고, 아마존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 쇼핑의 대명사나 마찬가지다. 친분 네트워크 페이스북은 8억 명의 사생활에 둥지를 틀었다.
네 거대 기업의 가치를 합하면 총 7500억달러에 달한다. 7500억달러! 비슷한 규모의 금액으로 유럽에서는 무너져가는 국가들을 구출하려고 한다.
미, 4대 웹기업 통해 문화적 주도권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은 이 시대 미국의 주도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군사적이 아닌 경제적·문화적 주도권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재강화 혹은 마지막 불꽃이기도 하다.
미군의 명성은 실패한 두 전쟁으로 인해 손상당했다. 스페이스 셔틀은 더 이상 발사되지 않고, 자동차산업 분야는 시대에 뒤떨어진데다, 월스트리트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국제적으로 볼 때 미국은 더 이상 대단한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이 만들어내는 ‘손 안의 기쁨’인 제품들, 구글의 놀라운 무료 혁신, 아마존이 제공하는 초스피드 쇼핑의 즐거움, 페이스북을 통해 이루어지는 친분 관리의 쿨함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는 과거 ‘미국식 삶의 방식’(American Way of Life)이라 불리던 것에 대한 욕구가 남아 있다. 이들의 영역에서 미국은 예전에 할리우드 영화, 항공모함, 그리고 코카콜라가 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성공한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의 초강자인 네 기업 사이에는 평화가 없다. 이들 중 자신이 이뤄놓은 것에 만족하는 기업은 없다. 이 기업들은 모두 다른 기업을 밀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창조적인 거대한 광기에 빠져 있다. 네 기업이 겨루는 것은 웹의 지배권, 즉 세계의 지배권이다. 누가 미래의 주인이 될 것인가?
게임의 법칙은 이제 모두가 모두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다. 구글은 휴대전화 시장에서 애플을 위협하고, 페이스북은 검색엔진 구글의 필요성을 없애려 한다. 아마존은 아이패드를 뛰어넘는 독서용 기계로 애플을 사냥하고, 애플은 TV 시장 정복에 나서면서 유튜브를 통해 인터넷 동영상의 세계를 지배하는 구글을 불쾌하게 한다.
그럼, 세상의 나머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4인방이 거의 단독으로 우리의 삶과 문화와 경제의 마지막 구석구석까지 정복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네 개의 인상적인 개별적 성공 사례가 뭉쳐져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하나의 시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터넷으로의 역사적 전환점이다.
인류의 일상 문화 지배 위한 사투
네 기업의 사투는 청량음료 업계에서 기계제조 업계까지 모든 산업 분야에서 벌어지는 단순히 선두에 서기 위한 다툼이 아니다. 이들은 인터넷이 우리의 문화와 일상,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어떤 이상과 이념이 미래를 지배하게 될지를 두고 싸우고 있다.
인터넷은 자체적인 목적도, 의지도, 도덕도 없다. 인간과 기업이 웹의 모습을 만들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웹에 시험하고, 신대륙을 정복했다. 이들 중 가장 성공한 자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다.
인터넷의 대부분이 마치 이들 ‘사위일체’의 창조물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웹과 그 이용자들의 거대한 이상을 이 네 기업이 실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또한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총체적 지식 공유의 이상- 최종적인 실현에 구글보다 더 가까이 도달한 자가 어디에 있는가? △총체적 이동성의 이상- 애플 말고 누가 이것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단 말인가? △총체적 상품 제공의 이상- 아마존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이것이 거의 현실이 되었는가? △총체적 투명성의 이상- 누가 페이스북만큼 지속적으로 이 이상에 따르는가?
이것은 네 가지 꿈의 실현이지만 가끔은 악몽의 실현이기도 하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기업과 서반구의 거의 모든 인간이 이 포스트모던 자본주의의 4인방 중 최소 하나에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지 않고는 삶과 일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다.
총체적 지식 공유, 총체적 이동성, 총체적 제공성, 총체적 투명성의 이상이 자리를 잡은 뒤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디지털의 우주는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이 거의 수십억의 수익과 함께 대부분 차지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다른 이의 구역에서 사냥하는 일뿐이다.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 베저스와 다투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책방 주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애플이 그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2011년 9월14일부터 아마존은 미국에 아이패드의 경쟁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제품 명칭은 ‘킨들 파이어’다. 가격은 199달러로 애플의 기적의 기기에 견줘 절반 정도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수백만 개가 팔려나갔다.
무주공산 없다… 남은 건 침략뿐
이것은 애플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베저스는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가끔 서로 상대방의 발가락을 밟는다”면서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두 기기 모두 태블릿에서부터 음악 다운로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 사이에만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네 거인 사이에는 모두 4인방에서 3인조로, 혹은 듀엣으로, 솔로로 변하기 위한 밀어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느닷없이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다섯 번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들이 싸우는 시장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고, 모두가 어떻게든 쫓기고 있다. 모든 사냥꾼은 동시에 사냥감이기도 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밋마저 미 의회 반독점 청문회에서 아마존·애플·페이스북, 그리고 구글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이 경쟁은 우리를 발전시킨다. 경쟁은 경쟁자들을 발전시키고,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우리 상품을 발전시킨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것은 ‘더 좋은 상품이 이긴다’라는 모토 아래 스포츠정신으로 하는 단순히 정당당한 힘겨루기가 아니다. 네 기업 모두 이용자에게 한 조각의 편안을 주는 대신, 이용자들에게서 한 조각의 자유를 빼앗는다. 아마존과 애플은 가능한 한 고객을 다시 풀어주지 않는 닫힌 시스템을 선호한다. 구글의 철학은 약간 정신분열적이다. 구글은 한편으론 자유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사의 이용자들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의미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완전한 포기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모두가 모두를 탐색하고, 때로는 증오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구글이 만든 휴대전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아이폰을 베낀 거라면서 아주 많이 구글에 화가 나 있었다. 잡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필요하다면 내가 죽는 날까지 은행에 있는 애플의 400억달러의 자금을 모두 사용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끝장을 보겠다”라고 호통치고 있다. “나는 안드로이드를 부숴버릴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표절 제품이다. 나는 이를 위해 핵전쟁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구글은 그저 숨이 막힌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애플의 스마트폰 지배력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전설적인 개발자 중 한 사람인 앤디 루빈에 의해 개발됐다. 자사의 기기에서만 작동하는 애플의 운영 시스템과 달리, 그의 시스템은 300종 이상의 휴대전화와 태블릿에서 사용됨으로써 보급 속도가 더 빠르다.
성공의 수치를 읊어댈 때면 루빈의 목소리에서 구글 특유의 열광적인 톤을 들을 수 있다. 루빈은 구글 본사의 상담실에 앉아 장난감 상점에 들어선 어린이처럼 흥분해서 떠들고 있다. 그와 그의 팀은 이미 오래전부터 더 이상 애플의 뒤를 좇고 있지 않다. 그들은 공격을 하고, 인류의 공익을 위해 휴대전화가 미래에 해야 할 일에 대해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폰을 완전히 잊어버리도록 만들려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애플 매장에 2011년 숨진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스티커들이 가득하다. 지구촌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가히 ‘애플 왕국’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수장 자리를 지켜낼까? 아니면 새로운 제왕이 나타날까? 웹 4인방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AP.
사냥하고 사냥당하며… 쫓고 쫓기다
하지만 구글 역시 3면 전선 시장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경험하고 있다. 한쪽에서 새로운 영토를 차지해도 거대 제국의 다른 쪽에서 절대 우위가 다시 흔들린다면 기뻐할 수만은 없다. 성공에 익숙해진 기업의 기술 엘리트들은 페이스북을 단 몇 년 사이에 거대 기업으로 키운 트렌드를 놓쳤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더 이상 지식을 찾는 데만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친구들의 삶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페이스북이 얼마나 구글에 위협이 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두 기업이 서로를 상대로 벌이는, 때론 코미디 같은 직원 스카우트 전투에서 현재 자주 이기는 쪽이 페이스북이라는 사실이다.
구글은 최고 인재들에게 몇백만달러의 보너스를 제시하면서 이직을 막으려 한 적이 있다. 심지어 일반 사원을 두고 전투가 벌어진다. 한 구글 프로그래머는 50만달러의 보너스와 15%의 연봉 인상을 제의받았음에도 경쟁사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페이스북으로 이직했다. 기업공개를 할 예정인 페이스북에서는, 주식 옵션만으로도 연봉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단순한 계산이었다.
구글은 필사적으로 그에 저항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구글플러스’(Google+)라는 이름하에 자체적인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경쟁사인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이용자는 지인들과 접촉할 수 있다. 구글 이용자가 검색창에 기입한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도 이미 과거의 검색 질문을 기반으로 개별적 질문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구글이 자사의 검색엔진을 소셜 네트워크와 연동하면 검색 결과는 친구의 취향과 그의 질문, 그리고 이용된 검색 결과가 반영돼 나타난다.
구글에서는 이를 단지 기술적인 세부사항에 불과한 것처럼 말한다. 구글 정보학자 아미트 싱할은 “지금까지 우리는 누가 누구를 알고, 누가 누구의 의견을 존중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인도 사람인 싱할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의 온라인판에 따르면 2010년 기술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한 50명 중의 하나다. 그는 “구글플러스로 검색 질문에 지금보다 조금 더 개별적으로 응답하고, ‘진정한 소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한 번 세계 혁명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기업 눈에 우린 고객 아닌 농작물”
하지만 전 애플 개발자 존 칼라스는 “페이스북과 구글의 전투에서 최종적인 전리품은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비유를 했다. 기업의 눈에 우리는 모두 그저 ‘배추 포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고객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는 최근 <디 차이트>에 “우리는 공짜로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다른 인터넷 기업의 고객은 광고를 내는 기업이죠. 이 기업들이 구매하는 것이 바로 우리, 우리의 눈길, 우리의 관심입니다. 바로 우리가 상품입니다”라고 썼다. 물론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편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농부가 자신이 키우는 배추 포기가 크고 건강하게 잘 자라서 충만한 채소의 삶을 누리기 바라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확할 때가 되면 농부에겐 자비는 없습니다.” 존 칼라스의 말이다.
필리프 베트게 Phillip Bethge & 마르쿠스 브라우크 Markus Brauck 외 5명 이상 <슈피겔> 기자
ⓒ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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