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 기부로 '아름다운 이별' 준비
조선닷컴 입력 : 2012.01.11 11:19 | 수정 : 2012.01.11 15:19
로터리 평화장학금에 25만弗..“세상에 되갚고 싶어”
한달 시한부 삶 판정받고도 밝은 표정 ’나눔 실천’
- 국제로터리 재단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평화센터 장학금으로 25만달러를 기부한 전 백악관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와 부인 석은옥 여사에 감사패를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삶을 여기까지 이끌어주고 지탱해준 힘인 ‘사랑’에 대한 빚을 갚으려 합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백악관 차관보급 직위까지 올랐던 시각장애인 강영우(69) 박사가 기부를 통해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강 박사는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생애 마지막 이메일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9일(현지시각) 밤 워싱턴 DC 시내 중심부의 한 사무실에서 국제로터리 재단 주최 행사가 열렸다. 강 박사와 두 아들 폴 강(한국명 진석) 안과 전문의, 크리스토퍼 강(진영)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의 평화장학금(Peace fellowship)으로 25만 달러(약 2억 9000만원)를 기부하기로 한 것에 대한 감사 행사였다. 강 박사가 20만 달러를 내놓았고, 아버지 제안에 동의한 두 아들이 각각 2만 5000달러씩을 냈다.
이날 부인 석은옥 여사의 부축을 받고 행사에 참석한 강 박사는 전보다 여윈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강 박사의 오랜 벗인 법무장관 출신의 딕 손버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부부와 피터 카일 미 의회 로터리 클럽 총재를 비롯, 몇몇 로터리 지구별 총재도 함께 자리를 했다.
1972년 국제 로터리재단 장학생으로 뽑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유학한 강 박사는 박사가 된 후 로터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해 왔다. 강 박사는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온 삶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면서 “재단에는 우리 기부금이 이왕이면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받은 축복을 되갚기 위해 기부를 하자는 나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두 아들에게도 너무 고맙다”고 했다. 강 박사의 둘째 아들도 “40년 전 아버지를 위한 그 장학금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 가족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작지만 이를 갚을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버그 전 주지사는 축사에서 “강 박사는 신체적 장애는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분”이라며 “기부 소식을 듣고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했다”고 말했다. 강 박사와 손버그 전 주지사는 1975년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우산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채 학교로 향하던 낯선 한국인 시각장애인 유학생과 길모퉁이에 차를 세워 그를 태워준 연방검사장으로 처음 만난 이래 36년간 우정을 이어 왔다.
이 장학금은 듀크대와 노스 캐롤라이나대에 설립된 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학생들의 학비로 사용된다. 두 대학의 평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호주, 캐나다, 브라질, 일본, 수단, 아이티,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학생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후 학생들은 줄을 서서 강 박사와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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