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8일 수요일

잡스 걷어찬 소니 '평생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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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8 17:03 / 수정: 2012-02-08 18:22

日 제조업의 추락
2002년에 맥OS 탑재 제안…거만한 소니 "실익없다" 거절

스티브잡스

“소니의 바이오와 애플의 맥을 합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지 않겠습니까.”
2002년 스티브 잡스(사진)는 소니 간부들을 찾아가 이렇게 제안했다. 그는 가방에서 소니 바이오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 모니터에는 맥 초기화면이 떴다. 바이오에 맥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테스트 제품이었다. 잡스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어떠냐”고 물었다. 소니 임원들은 토론 끝에 잡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가 최신호에서 밝힌 소니와 애플의 일화다. 이 잡지는 “잡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소니의 상황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에 맥 OS를 탑재했다면 애플은 맥북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2006년 맥북을 출시했다. 그리고 탁월한 디자인으로 컴퓨터시장에서 소니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소니는 이에 앞서 애플 인수를 검토한 적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진행된 이 계획은 오델로 프로젝트로 불렸다. 오델로 게임처럼 순식간에 역전시키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PC 후발주자였던 소니가 한번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상황은 역전돼 2010년 초에는 애플의 소니 인수설까지 나왔다.
소니는 애플을 우습게 봤지만 잡스의 소니에 대한 애착은 컸다.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는 잡스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1999년 10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 잡스는 평소 입던 검은 터틀넥이 아닌 턱시도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의 모습에 관중은 모두 놀랐다. 잡스는 전날 사망한 모리타를 추모하기 위해 옷을 바꿔 입은 것이었다. 대형 스크린에는 워크맨을 든 모리타의 모습이 방영됐다. 모리타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잡스는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후 “애플은 컴퓨터업계의 소니가 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이팟 출시 당시에는 “아이팟은 21세기형 워크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소니 워크맨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가 늘 입는 터틀넥과 청바지도 소니의 공장 유니폼이었다. 소니공장을 돌아보고 종업원의 작업복을 본 후 수백 벌을 주문해 매일 입었다고 다이아몬드는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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