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50인 "내가 남을테니 당신들은 떠나라"
모두 대피한 후쿠시마 원전 자원해서 남아
기사입력 2011.03.16 17:13:37 | 최종수정 2011.03.16 19:35:51
"아빠가 원자력발전소에 가버렸어. 엄마가 그렇게 우는 것은 처음 봤어. 발전소 사람들은 자기를 희생해 모든 사람을 지키려고 필사적이야. 모두 살아야해. 진짜 살아야 해. 아빠, 꼭 돌아와."
"후쿠시마 원전에서 작업하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우리가 죽더라도 절대로 노심용해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거야`라고만 돼 있었어."
`사호`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 트위터에 올라온 `최후의 결사대 50인`에 관한 글이다. 연쇄 폭발과 함께 방사성 물질 대량 방출로 피폭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후쿠시마 제1 원전에는 직원 50명이 최후까지 남아 일본을 피폭에서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1 원전에서는 15일 원자로 추가 폭발과 함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해 위험이 높아지자 작업 중이던 800명 가운데 자원자 50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을 모두 긴급 대피시켰다. 노심용해가 일어나면 최소한 원전 반경 50㎞ 주변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한다.
현재 남아 있는 50명은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목숨을 내건 인원이다. 인간이 맨몸으로 15분밖에 버틸 수 없는 분량의 방사선이 내리쬐는 환경에서 이들 `최후의 결사대`는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붕소를 쏟아부으며 원자로를 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냉각장치가 못 쓰게 되자 바닷물로 원자로를 식히고 있다. 바닷물을 투입하면 원자로 압력이 높아져 내부 기체를 빼주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기체에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작업 자체만으로도 매우 위험하다.
50명 가운데 일부 인원은 핵폐기물을 보관한 좁고 어두운 건물 내부 통로 속에서 손전등과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균열 부위를 찾고 있다. 15일부터 균열 부위를 통해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면서 원전 주변 방사능 농도가 점차 높아지고 도쿄까지 방사성 물질이 날아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들 50명이 모두 피폭을 막는 방호구를 착용하고 있지만 정상인에게 1년 동안 허용되는 양의 400배에 달하는 방사선 앞에서 장시간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2호기 주변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400밀리시버트(m㏜ㆍ방사선 측정 단위)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후생성이 15일 작업자의 방사선 노출 법정 허용치를 100m㏜에서 250m㏜로 높였다"면서 "이는 작업자들이 좀 더 오랫동안 원전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최후까지 남은 직원 50명의 신원과 작업 기간 등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그저 이들이 자원해 최후 잔류자로 선발됐으며 원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작업을 한다고만 밝혔다.
한편 지난 12일에는 원전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는 당직 팀장이 1호기 붕괴를 막기 위해 격납용기 뚜껑을 개방하는 작업을 하다 100m㏜의 방사선에 노출됐다. 그는 피폭 영향으로 구토와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러나 그의 용기로 1호기는 격납용기가 손상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에도 화염을 일으키며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는 원자로에 모래와 흙을 뿌린 헬리콥터 조종사들은 스스로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목숨을 잃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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