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커피향에 취하다
커피 한 잔에 복음 한 스푼
2011년 07월 15일 (금) 14:21:56
최창민 기자 charming@igoodnews.net“청년들이 매주 5천 원짜리 커피를 사마시면서 해외 선교사에게 한 달에 1만 원 후원도 안하면 되겠습니까?”
커피 소비문화는 교회에서 종종 과소비나 낭비의 사례로 여겨지곤 한다. 사회에서도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비싸기로 유명한 모 회사 커피를 마시는 여자를 빗대 ‘된장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교회는 커피 소비문화는 활용하기에 따라 선교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커피문화가 교회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최근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대화하고 소통하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또 커피를 매개로 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한 식품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총 228억 잔. 1인당 452잔을 소비한 셈이다. 자판기 커피, 캔 커피, 테이크아웃 커피 등 종류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커피 열풍이 교회 안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 교단에 신고하고 등록한 교회 카페만 8백여 개에 이른다. 등재하지 않고 운영하는 카페를 포함하면 1천개를 넘어선다는 전망도 있다. 그만큼 교회에서 커피문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가운데 카페를 운영하는 교회들이 모여 지난 3월 ‘커피미션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효율적인 카페 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최근 교회카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커피미션 상임대표 윤선주 목사는 “교인들을 위한 편의공간으로 생각되던 것이 이제는 사역적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교회카페를 통해 젊은 세대는 물론 지역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청교회(문희수 목사)는 교회 담을 허물고 카페를 세웠다. 삼청동 문화거리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려 깔끔하고 세련된 카페를 만들어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1천여 권의 책을 비치해 놓고 있다.
대학로에 위치한 동숭교회(서정오 목사)에서 운영하는 카페 ‘에쯔’는 지역주민에게도 인기가 높다. 카페 공간을 활용해 CCM 공연,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영화 상영, 기독교 저자 초청 토론은 물론 각종 전시회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카페의 기능을 넘어 기독교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카페가 무조건 지역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 ‘교회가 돈벌이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강북의 모 교회는 교회카페 운영 수익금이 담임목사 개인 통장으로 들어가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윤선주 목사는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면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자칫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목사는 “교회카페의 수익금을 교회 예산이 아닌 제3의 기관에 기부하는 등 분명한 목적과 정당성을 보여주면 교인과 지역사회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회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에 복음을 담을 수도 있다. 제3세계 선교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커피 무역에 비즈니스 선교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슬람권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를 통해 커피를 사오면, 선교사가 그 지역에 정착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고 커피 값을 낮추는 공정무역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대책도 지난 12일 사회적기업 ‘행복한나눔’을 설립하고 공정무역 카페 1호점 ‘비마이프렌드(Be My Friend)’ 운영을 시작했다. 이 카페는 공정무역 커피만 판매하는 브랜드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 커피 농가로부터 직거래로 커피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고은아 행복한나눔 이사장은 “앞으로 기업, 교회를 대상으로 점포 수를 점차 확대해 착한소비 문화를 퍼트리는 지역사회 나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커피 현지 생산과 공정무역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세워가는 단체도 있다. 한국YMCA는 지난 2005년부터 동티모르 사메지역 로뚜뚜 마을 300여 가구, 가브라키 마을 120여 가구와 함께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거래 기회를 부여하는 공정무역의 원칙을 가지고 커피 재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커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교회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교회로 들어온 커피문화가 음료에서 선교의 도구,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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