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5일 토요일

[Weekly BIZ] [경영 칼럼] 아픔을 사랑해야 세상 바꿀 히트상품 나온다 - Chosunbiz

 

[Weekly BIZ] [경영 칼럼] 아픔을 사랑해야 세상 바꿀 히트상품 나온다 – Chosunbiz

 

[Weekly BIZ] [경영 칼럼] 아픔을 사랑해야 세상 바꿀 히트상품 나온다

강신장 ㈜세라젬 사장

입력 : 2011.01.15 03:11 / 수정 : 2011.01.15 08:06

지난 연말 한 송년 모임. 누군가 퀴즈를 냈다. 새해가 토끼해이다 보니 문제는 "산토끼의 반대말이 뭔가"이다. '집토끼'라는 답부터 시작해 '죽은 토끼' '판 토끼' '알칼리 토끼' '끼토산'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좌뇌에서 우뇌로, 착실한 관점에서 엉뚱한 시선으로 생각의 차원을 바꾼, 고정관념을 초월한 답들이다.
다른 사람이 새로운 문제를 냈다. "'인천 앞바다'의 반대말은 뭘까요?" 재미있는 답들이 나왔지만, 최고의 답으로 선정된 것은 '인천 엄마다'였다. '앞바다'를 '아빠다'로 생각의 차원을 바꾼 초월적인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새해 내가 떠올린 화두는 '초월(超越)'이다. 경쟁자의 생각, 고객의 생각까지도 훌쩍 뛰어넘어야 놀라움을 만들 수 있고, 사업에도 성공할 수 있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초월이 있다. 초월은 기준을 넘고, 한계와 경계를 넘는 것이다.
상식과 예상을 깨뜨리는 초월적인 생각을 만나면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렇다면 사람들 마음을 빼앗는 상큼하고 달콤한 초월적인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일러스트= 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스웨덴 기업인 '스카니아(Scania)'가 만든 대형 트럭에는 특별한 기능이 많다. 그중 하나는 자동차 엔진을 꺼도 별도 난방을 할 수 있는 장치다.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추위 속에 장시간 주차를 해야 하는 트럭 운전자들의 고충을 해결한 것이다. 연료 소모와 배기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이 회사가 초월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트럭 운전자들의 '아픔'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가 그린 '수태 고지(受胎 告知·Annunciation·그림)'를 보면, 등장인물 두 명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성모께 수태 사실을 전하고 있는 대천사 가브리엘은 정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상기된 볼 등 얼굴 표정에선 단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신성하고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편의 시골 처녀, 성모 마리아는 두 팔을 안으로 모아 수용과 복종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얼굴에선 혼란과 당황이 읽힌다. 천사의 등장과 하나님의 선택,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 너무나 엄청난 일들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철심 없는 스테이플러나 날개 없는 선풍기·슈퍼스타K도
아픔을 공감하게 했기에 성공

토끼처럼 쫑긋 귀 세우고 누군가의 '아픈 소리'를 들어라

화가 안젤리코는 인간적인 아픔을 들여다보는 힘을 지녔다. 그는 어려운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천사의 고충과 고뇌를 느꼈다. 상상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성모의 당황스러움과 난감함도 들여다보았다.
암흑기로 불렸던 중세(中世)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르네상스(Renaissance)는 이렇게 너무나 인간적인 아픔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만든 초월적인 세계관을 '휴머니즘(humanism·인본주의)'이라 부른다.

▲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 안젤리코가 그린‘수태 고지’. 왼쪽은 대천사 가브리엘, 오른쪽은 성모 마리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아픔'을 보라. 그러면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일본의 히트 상품인 철심 없는 스테이플러 '하리낙스(Harinacs)'는 두꺼운 서류를 철하는 데 힘이 많이 들고 손을 다치는 아픔을 보았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도 어린이가 다치는 아픔을 막기 위해 태어났다. 한국의 히트 상품인 '발열 의류'와 '슈퍼스타K' '제빵왕 김탁구' '여자 국가대표 축구팀'도 아픔을 보았거나 아픔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게 만들었기에 성공했다.
우리는 늘 아픈 존재이지만, 정작 아픔을 보는 힘이 너무 약하다. 인문학의 표면에는 사랑과 기쁨이 있지만, 그 뒷면은 고스란히 아픔의 세계이다.
우리는 외로움·그리움·슬픔·분노·두려움·미움·욕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이기에 피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문학은 아픔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치유하는 데 더없이 좋은 컨설턴트이다.
토끼가 살아갈 수 있는 핵심 역량은 큰 귀라고 한다. 토끼는 비록 자신을 지키는 무기가 없지만, 먼 곳의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는 '듣는 능력' 하나로 생존한다. 우리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람들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아픔의 소리'를 말이다. 우리의 이웃과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과 번거로움, 두려움, 외로움과 같은 그 아픔의 소리 안에 '창조'와 '초월'의 씨앗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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