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7일 월요일

울산 문수산 하산길에서 헤매다 도움받은사연




나의 가족은 10년째 울산에 살고 있다.
바쁘다는 핑게로 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해본지라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나들이를 해보자고 하던차, 중2, 중1, 6세,4세의 아들놈들과 나, 내 아내는 늦었지만 가을을 추억하고자 울산 근교에 있는 "문수산"에 가족나들이를 가보자고 의기투합을 하였다.

2010년 11월13일, 좀 쌀쌀했지만 부산가는 국도길로 가다가 문수사입구 삼거리-농협 율리지점을 지나
막다른 마을(올케국수집 있는)에 주차를 해놓고 올망졸망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올라가기 시작 했다.

아이들에게는 좀 난코스인 돌길을 걷고 걸어 문수산 중턱에 있는 문수사에 도착하여 좁디 좁은 산비탈에 어렵게 지어진 문수사를 돌아보는데 반대쪽에 차가 서있는게 아닌가.
우리는 절까지 큰 대로가 나있는줄 바보같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긴 이런 건물을 도로 없이 어떻게 지었겠누 쯧쯔. 집사람과 나는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간단한 요기를 마친 우리는 올라온 길이 제법 꼬마들에게는 무리가 되었던 지라 차가 다니는 도로를 통해 내려가면 좀 멀더라도 아이들 걸음에 편할거라 생각하고 절에 일하고 계신 보살님에게 저쪽 큰길로 내려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 젊은 보살은 친절하게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중이거나 혼자계신 스님 몇분을 지나쳐 룰루랄라! 용감하게 그 대로길로 내려가게 되었다.

혹 이정표라도 있나 살펴보았는데 없었고, 대개 큰길은 이리저리 다 통해 있다고 믿은 우리는 아마도 문수사 밑의 주차장 어느 근처에서 길이 만나게 되리라 생각하고 내려가게 된것이었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좀 이상했다. 걸어가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스님들이 SUV를 타고 몇 분이 내려가고 몇몇이 승용차로 오르내리기는 했는데 여전히 걸어서 왕래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려 다시 올라가기도 어려운 지점이었다.

어떤 저수지가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관음저수지란 곳이었다. 저수지를 타고 옆길을 불안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그제서야 등산복차림의 날렵한 중년부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약 1시간 반정도 는 내려온것 같다).
그분들 이야기로는 "이길은 완전히 다른길로 차라리 다시 올라가는것이 낫다"는 거였다. 아뿔사.. 울산 근교의 산이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였다. 막상 산속에 들어와보니 생각보다는 골이 깊고 길이 멀었다.

이미 늘어지기(?) 시작하는 4살, 6살 짜리 꼬마들를 달래기반 윽박지르기 반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날도 좀 어둑해지고 있었고 다시 올라가는것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걱정해주시는 부부를 뒤로 하고 우리는 용감히도 내려가기로 하였는데 아무튼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고난의 행군을 어찌 끝낼까. 걱정하면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걷는 아내와 큰녀석들과 걷던 나와 좀 거리가 떨어졌는데. 잠시후 어떤 승용차에 아이들과 아내가 타고 있는게 아닌가. 고맙게도 어떤 중년분이 애들을 불쌍히 보시고 태워주신거였다.

그분은 문수산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신다고 하는 최준기님이셨다.
그분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겨우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그대로 그분 도움없었으면 1-2시간은 더 걸어가야 할뻔 했던 먼 거리였던 것이다. 그분은 아침에 부산에서 아이스크림을 떼와서 산으로 출근하시고 이맘때 퇴근하시는 길이라고 하였다. 심심치 않게 우리같은 길도가(길잃은 도시가족)를 만나게 되는데 이제는 척 보면 안다는 거였다. 왜냐하면 이길은 걸어다니는 길이 아닌데 처량히 걸어가고 있으면 거의 맞다는 거였다.그때마다 그분은 우리같은 낙오된 사람들을 내 손님이라는 마음으로 모셔드린다고 하셨다. 왜냐 문수산을 보러 온 관광객이고 자신에게도 잠재적인 손님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분은 근처 마을에 우리를 내려 주시지 않고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 차를 세워논 그곳까지 우리를 태워 주셨다.(택시비로도 2만원은 넘게 나올 거리였을것 같다) 너무 감사한 나머지 어떻게 감사를 표현잘 줄 몰라 식사라도 같이 하시자고 해도 그냥가시려 해서 식사비를 드리려 하니 한사코 그냥 가시려 하였다.

다급한 마음에 죄송한데 사진 한컷이라도 찍게 해달라고 하시니 잠시 포즈를 취해주셨다. 이분이 그 감사한 최준기 님이시다.




그분 덕분에 무사히도 집에 돌아온 우리는 녹다운 되었지만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나님은 나의 무지를 통해 이런 귀중한 경험의 시간을 허락해 주셨던 것이다.

나의 경솔함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이를 통해 자녀들에게 정말 생생한 남(우리가족)을 돕는것이 어떤것인지, 정말 필요한 도움을 이름없이 도와주는것이 구체적으로 어떤것인지 확실히 각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께도 우리가 해 드린것은 없지만 분명히 하늘에서 갚아주시리라 믿는다.

한가지 더 혹 이글을 보시는 울주군 관계자 분이 계시다면 문수사에서 차도쪽 하산길 초입에 등산지도판 하나 만들어주시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문수사 주지스님 이하 관계자 분께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혹 그 쪽 길로 내려가려는 저희같이 한참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들이 길을 여쭙거든 그 길의 어려움에 대해 한 말씀 쯤 던져 주시도록 아침 스님회의때 언급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한번 도움주신 문수산 아이스크림 최준기 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언젠가 문수산 정상에 올라갈 기회때 꼭 인사 드리겠습니다. 문수산과 관련된 표창장이 있다면 이분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3개:

  1. 정말 고마운 분 이군요. 저도 산에서 헤맨 경험이 있는데 참 난감했지요.

    지나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는데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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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댓글로 격려해주시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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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울주군청 관계자분의 답신이 있었습니다^^
    관심있게 확인해주시겠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아 래-------

    (울주군청 홈피에 위내용을 링크했었고 관계자분의 답신을 다시 이곳으로 옮겨왔음)

    ○ 우리군 홈페이지를 이용해 주신점 깊이 감사를 드리며 귀하께서 건의하신 내용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먼저 문수산 임도로 잘못 하산하시어 고생하신점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하오며, 문수사 및 문수산 임도변 일원의 방향이정표 필요지역을 현장 확인 후 필요한 지역이 있을시 등산로정비사업에 반영하여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음을 알려드립니다.

    ○ 더 문의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052)229-7883으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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