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8일 화요일

“6년간 알바하며 학자금 빚 1600만원 갚았는데 왜 더 열심히 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가장 슬퍼”

 

“6년간 알바하며 학자금 빚 1600만원 갚았는데 왜 더 열심히 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가장 슬퍼”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ㆍ민주, 청년유니온과 간담
“여태까지 일하면서 가장 가슴 아프게 들었던 말이 ‘왜 더 열심히 살지 않느냐’는 말이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는데….”
“올해 32세로 구직 중”이라는 청년유니온 송화선 조직팀장은 자신의 사례를 얘기하는 도중 복받치듯 울음을 쏟아냈다. 회의장은 순간 숙연해졌고,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눈시울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겨우 감정을 다잡은 송 팀장은 “그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면서 또 울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28호는 아픔과 눈물로 메워졌다. 저임금과 고용불안, 실업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생생하게 증언됐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좋은일자리본부가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였다.

송 팀장은 대학 3학년 때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대출받은 학자금 빚 1600만원을 갚기 위해 졸업과 동시에 ‘묻지마 취업’을 했다. 그는 쇼핑몰 사무보조, 영화제 사무국, 방송국 사무보조 등 “구할 수 있는 게 모두 사무보조였다”면서 “이게 사는 건가 싶었다”고 씁쓸해했다.
송 팀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일 하나만 하지 않았다. 이 일 끝나면 다시 다른 데 출근하길 6년을 해서 지난해 학자금 빚을 갚았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가장 많이 가는 파견직의 상황은 심각하다. 전면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9세의 정재형 조합원은 20세 때 어머니가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고 자신도 신용불량자가 됐다. 정 조합원은 “바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게 아르바이트뿐이어서 그걸로 이자 갚고 월세 내고 겨우 목숨을 연명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오토바이 배달, 식당, 노점상, 공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급 개 사료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는 “계란말이 두 개 먹고 나왔는데, 개들이 먹는 고기를 싸갈까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나아지겠지, 나도 다시 대학 가겠지 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한숨지었다.
청년유니온 양호경 정책팀장은 “지금 청년들이 육체노동, 파견직으로 일하게 되면 그 소득으로 30대에 전세 살고, 40대에 집을 사는 꿈을 키울 수 없는 구조”라면서 “병사로 들어가서 34년 일해도 병장으로 끝까지 남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년 노동은 그림자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8%로 잡히지만 40%에 달한다”며 “카페베네(커피체인점)의 화려한 불빛 아래 일하지만 그 회사 사람이 아니고, 삼성전자의 가전기기 고치는 일을 하는 곳도 파견업체”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전 위원장은 “수치에 들어가지 않는 청년들의 절망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며 “이제 절망을 그만 팔고 희망을 사들일 수 있는 세대가 되도록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당선자들은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반성한다”(한정애 당선자)며 울먹였고, “민주당이 너무 무책임했다”(우윤근 당선자),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문재인 당 좋은일자리본부장)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6년간 알바하며 학자금 빚 1600만원 갚았는데 왜 더 열심히 살지 않느냐고 물을 때 가장 슬퍼” - 경향신문

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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