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멈춘 환자 73분 매달려 살려낸 의료진
연합뉴스 입력 : 2012.03.10 11:30
- 니키 캐머런과 남편 데이브. /출처=뉴질랜드 헤럴드
심장 박동이 멈춘 환자에게 73분 동안 매달려 살려낸 의료진의 집념이 어떤 병원 드라마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해 8월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10일 니키 캐머런(33)이 만삭의 몸으로 심장 박동이 멈춘 뒤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나 해밀턴에 있는 와이카토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73분 동안 숨 막히는 구명작전을 펼친 끝에 니키를 다시 살려냈다고 보도했다.
감동적인 드라마는 임신 7개월째에 접어든 니키가 어느 날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피로를 느끼면서 시작됐다.
모린스빌 부근에 있는 부모의 타우헤이 목장에 머물고 있던 니키는 몸에 이상을 느낀 그날 낮 바로 병원을 찾았으나 특별한 치료는 받지 않고 다시 목장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자 상태가 더 나빠져 갔고, 오클랜드에 머물고 있던 남편 데이브를 급히 불러 함께 와이카토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 10분이 지나자 니키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고, 의사들은 지체 없이 아기를 꺼내기 위한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남편 데이브는 “가족들에게 연락하기 위해 잠시 밖에 나갔다 안으로 돌아와서 보니 조그만 남자 아기가 이미 세상에 나와 4명의 의사들로부터 소생술을 받고 있었다”며 “그것을 보는 순간 그만 왈칵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술대 위를 보자 배가 완전히 개복된 채 니키가 누워 있었고, 20여명의 의료진이 빙 둘러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두 명의 의사가 니키의 배 속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 쪽으로 밀어 올리며 심폐소생술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실 바닥은 여기저기 피바다였다.
니키가 심장성 쇼크를 일으켜 심장이 신체의 각 기관에 충분한 피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데이브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완전히 압도당해 무서움까지 느꼈지만 의사들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 한 명은 내 손을 꼭 잡은 채 내 곁에 서서 의료진이 펼치고 있는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며 “원한다면 가까이 다가가서 아내의 얼굴을 만져볼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내가 그렇게 하면 방해가 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토록 경황이 없는 순간에도 의료진이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구명작전이 개시된 지 30분쯤 지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에 대한 소생술은 중단됐다.
살릴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것이었다.
그러나 니키를 살리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은 계속됐다.
잠시 후 니키의 부모 등 가족들도 병원으로 달려와 의료진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크 고니스쥬스키 박사는 심폐소생술을 계속했고, 또 다른 전문의는 니키의 대동맥에 매달리고 있었다.
응급실의 제니 울프 간호사는 “우리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호자들이 보는 게 중요하다”며 “심폐소생술을 잘 쓰는 게 생명을 구하는 길인데 고니스쥬스키 박사가 그것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고 말했다.
울프 간호사는 와이카토 병원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심폐소생술을 쓰면서 제왕절개로 아기를 받아내는 경우는 이전에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니스쥬스키 박사는 “우리는 모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약물을 사용하며 73분 동안 매달린 뒤 맥박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가자 니키를 집중 치료실로 옮겼다.
울프 간호사는 그러나 환자가 밤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나는 절대 살아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설령 살아난다 해도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절대 중환자실에서 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니키가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병원 측은 이튿날 응급헬기를 불러 니키를 오클랜드 병원으로 보냈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나 제왕절개로 태어나다 숨진 아기의 장례식이 있는 날 니키는 병상에서 번쩍 눈을 떴다.
의사들도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였다.
니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직후 말은 하지 못했지만 입모양으로 아기에 대한 안부를 제일 먼저 물었고 데이브는 아기가 살아나지 못했다고 말해주었다.
니키는 “당시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강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니키는 한 달 동안 병원에 머물다 퇴원했다.
그는 심장이 약해진 것 외에 다른 이상은 더 이상 없었다며 자신이 살아난 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캐머런 부부는 오는 14일 와이카토 병원을 찾아 자신들의 생명의 은인이자 진정한 영웅들인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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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순간들은 어쩌면 만들어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는 저런 상황이 의료사고로 오인될 수 있고 그런 인식으로 인한 치료에 제한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어디에나 의료진의 최선은 있다. 대개 30분이 마지노선인 심폐소생술 시간이지만 1시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2시간을 지속한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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