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 다른 나] 마라톤 대회 193회 참가한 김재중(50) GS건설 부장
취재·정리=홍원상 기자 입력 : 2012.03.07 23:00
"마흔 줄에 시작한 마라톤 하루도 빠짐없이 뛴 결과
지금까지 11년 동안 3시간內 완주 100회 국내 대회에서 9번 우승
마라톤은 나 자신과의 대화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와 철저한 자기관리 배워"“낮에는 사무실에서 설계도면 제작, 아침·밤엔 10㎞ 넘게 달리는 훈련”
2001년 6월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혼자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조깅복 차림을 한 3~4명의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줄지어 달리며 제 옆을 '휙~' 하고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서도 엉뚱한 생각이 '휙~' 하고 들었습니다. '나도 한번 뛰어볼까?'
저는 별생각 없이 산책 나온 복장 그대로 그들을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5㎞쯤 되는 호수공원을 40분 만에 간신히 한 바퀴 돌았습니다. 처음 뛰는 순간에는 '왜 이렇게 힘든 것을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땀에 흠뻑 젖은 내 모습에 뭔가 뿌듯하고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곤 다음 날부터 아침마다 호수공원에 나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열흘쯤 뒤에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호수공원 한 바퀴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고요.
-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한 GS건설 김재중 부장이 결승점을 향해 힘껏 달리고 있다. /GS건설 제공
11년이 지난 지금, 저는 황영조·이봉주 선수 정도는 아니지만 마라톤 풀 코스(42.195㎞)를 2시간대에 주파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193개 대회에 참가했고 2009년에는 '서브(sub)-3'(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를 100회 달성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비결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저에게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처럼 폐활량이 좋은 해녀(海女)의 아들도 아니고 어릴 적 집에서 학교까지 10리(里) 길을 뛰어서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학교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학창시절이나 군대에 있을 때도 달리기는 고사하고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GS건설에 입사하고 나서도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야구나 축구 경기를 보는 게 제가 즐기는 스포츠 생활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제가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되는 기회는 호수공원 주변을 뛰기 시작한 지 1년 반쯤 지났을 때 찾아왔습니다. 2002년 10월, 회사에 마라톤동호회가 생긴 것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2~3개월쯤 지났을 때, 다른 회원이 제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뭐 하러 멀리 지방에 가서 돈까지 내고 뛰어야 하나'란 생각에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엉뚱한 호기심이 제 머릿속을 또 한 번 '휙~' 하고 지나갔습니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내 실력 정도라면 기록이 얼마나 나올까?'
그래서 2003년 3월 처음 출전한 마라톤 대회 하프코스(21.0975㎞)를 1시간30분46초에 완주했습니다. 기록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최적의 조건에서 뛰면 더 좋은 기록을 얻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 뒤 제 하루 일과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매일 10㎞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추운 겨울이나 비 오는 날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요즘은 바쁜 회사일로 잠시 접었지만 퇴근 후 야간훈련도 잊지 않았습니다.
- 김 부장이 서울 역삼동 GS건설 플랜트본부 사무실에서 석유화학공장 배관 설계 도면을 그리고 있는 모습./GS건설 제공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하던가요? 하루도 빠짐없이 달린 끝에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9번 우승했고, 2007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는 2시간39분45초에 완주하며 저의 최고 성적을 세웠습니다. 마라톤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完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1㎞를 4분15초, 100m를 25.5초로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10년 넘게 달리면서, 마라톤은 제게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플랜트배관팀 부장으로 근무하며 사무실에서는 발전소 같은 것을 짓기 위한 설계도면을 주로 만듭니다. 매일 아침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혼자서 달리는 1시간은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준비하는 자신과의 대화 시간입니다. 또 마라톤은 제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연습하고 준비한 만큼 어김없이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마라톤을 통해 저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 철저한 자기관리,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었습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마라톤 200회 완주와 '서브-3' 200회 달성이지요. 지금까지 9번 출전한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 올해도 참가해 '명예의전당'에 입성하는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꿈입니다. 이런 목표와 희망을 마음에 품고 매일 아침 호수공원의 시원한 바람을 가르는 저는 정말 행복한 마라토너이자 동네 아저씨인 것 같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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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분이다. 이분이 나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의 평범하지 않은 훌륭한 점은 쉬지않고 달리는 지속성일 것이다. [나, 또 다른 나] 마라톤 대회 193회 참가한 김재중(50) GS건설 부장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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