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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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도 노래한다, 그들이 손대면…

입력 : 2011.05.20 03:20

독일 '영 디자인 탤런트'에 뽑힌 한국 디자인 그룹 '준&정'
의자 파이프 안에 모래 넣고 깔대기로 증폭… 움직일 때마다 바다 소리가 '쏴아~ 쏴아~'
기발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美도 주목… "네덜란드서 경험 쌓아 한국서 꿈 펼치고 싶다"
'쏴아~ 쏴아~'
지난해 독일방송채널 RTL에 '해변의 흔들의자(Rocking on the Beach)'라는 이름의 신기한 흔들의자 하나가 소개됐다. 화면 가득 의자가 클로즈업되더니 어디선가 바닷가 모래사장에 파도가 밀려왔다가 쓸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열리고 있던 쾰른 국제가구박람회(IMM)에 출품된 수천 점의 작품 가운데 주목할 만한 가구 디자인으로 꼽힌 작품이었다. 형태도 예사롭지 않았다. 재료는 쇠파이프. 등판 왼쪽으로는 깔때기가 달려 있었다. 파이프 안에 모래를 넣어 의자가 움직일 때 소리가 나게 디자인한 것이었다. 깔때기는 모래 소리를 증폭시키는 장치였다. 이 의자는 독일디자인협회에서 매년 전 세계 10여개 팀에 주는 '영 디자인 탤런트(young design talent)'에 선정됐다.
▲ (사진 위)파이프를 이어 만든 의자‘해변의 흔들의자’. 바다에서 가져온 모래를 파이프 안에 넣어 의자가 움직일 때마다 마치 해변에 파도가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의자 왼쪽에 달린 깔때기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장치. 독일 방송이 소개했다. (사진 가운데)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구름처럼 생긴‘구름 우산’.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지만 우산을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유럽 문화를 반영해 디자인한 제품. 미국 NBC 방송의‘투데이 쇼’에 소개됐다. (사진 아래)계란 형태의 세라믹 안에 LED 조명을 넣은‘스마트 에그 램프’. /준&정 제공

의자를 디자인한 이들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인 그룹 '준&정(Joon&Jung)'. 김준수(29)·최정유(29)·이현욱(25), 3명의 젊은 한국 디자이너가 활동하는 스튜디오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템포러리 아트 센터(Temporary art center·TAC)에 입주해 있다. TAC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예술인 80팀이 모여 있어 네덜란드의 문화 심장으로 불리는 곳. 입주 자체가 영예로 인정된다. 준&정은 이곳에 들어가 있는 유일한 동양인팀이다.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차세대 디자인리더로도 선정됐다.
"파이프는 도시의 숨은 혈관 같아요. 도시를 함축하는 소재에 자연을 넣고 싶어서 네덜란드 해변에서 가져온 모래를 담았어요." 18일 국제통화로 만난 '준&정' 공동대표 김준수씨는 "소박한 일상을 탐험하면서 살갑게 느껴지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연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에서 유학한 뒤 2009년 최정유씨와 함께 스튜디오를 세웠다.

▲ 네덜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디자인그룹 준&정 멤버들. 왼쪽부터 최정유, 김준수, 이현욱씨.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미니멀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스타일을 중시하는 디자인 강국이다. 준&정의 작품엔 이런 네덜란드적 감성과 한국 젊은이의 유쾌한 감성이 함께 녹아 있다.
"유학 첫 학기에 컴퓨터로 근사하게 과제를 해갔는데 낙제를 받았어요. 교수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고 하시더군요." 김씨는 그때부터 꽉 조여 있던 창의력을 발산했다.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버무려서.
'헤어지기 슬픈 컵'은 실연의 아픔을 위트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두 개의 컵이 붙은 채 늘어져 있는 모양. 이별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은 제품으로 네덜란드에서 연인에게 주는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보이만 로테르담 시립 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 헤어지기 슬픈 컵…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커플의 마음을 반영한 작품‘헤어지기 슬픈 컵’.

세라믹으로 만든 스피커 '내추럴 스피커'는 아랫부분에 크기가 서로 다른 나무봉 여러 개를 붙인 뒤 해진 가죽끈으로 묶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스피커에 반기를 들듯 손 냄새 물씬 머금은 스피커다. 김씨는 "도시인들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에 초점을 둔다"고 했다.
조만간 준&정의 작품은 네덜란드의 공공시설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최근에 만든 조명 '리빙 라이트'가 일부 도시의 거리와 도서관 조명으로 설치될 예정. 나무를 엮은 형태의 조명으로 내부에 감지 센서가 있어 사람이 적을 때는 어두워졌다가 사람이 많이 모이면 밝아진다. 절전과 인간애를 동시에 표현했다. 에인트호번에 있는 다리 '돔멜 브리지'도 이들의 손을 거쳐 바뀐다. "사람이 지나갈 때 교각의 옆면이 움직이는 다리를 디자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들의 작품은 멀리 미국에도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구름 모양으로 만든 '구름 우산'이 2009년 미국 NBC '투데이 쇼'에 아이디어가 기발한 디자인으로 소개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꿈의 종착지는 한국이다. 김씨는 "유럽에서 디자인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한국에 돌아가서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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