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슈바이처 꿈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들어갔죠"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슈바이처 꿈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들어갔죠"

  • 이지은 기자
  • 입력 : 2012.10.20 03:07 | 수정 : 2012.10.20 10:41

    지난 2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개설 후 활동 마치고 귀국한 첫 의료인 정상훈씨
    아르메니아에서 의료봉사 "가족 못 보는 생활 고돼도 생명 구할 수 있어 행복"

    "끝내 병을 이기지 못한 25%의 환자들을 대할 때면 무력감도 밀려왔지만, 나머지 75%의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은 것을 보람이자 희망으로 삼고 이겨냈어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활동가 정상훈(41·의사)씨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열 달간 아르메니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귀국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가 지난 2월 서울에 개설된 이후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첫 의료인이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는 한국 의료인은 18명이다. 전 세계 활동가 3만6000명 중 아주 적은 숫자다.

    정상훈씨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고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의 슈바이처'를 꿈꿔왔다고 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안정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반대의 길을 택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2003년부터 국내 의료봉사단체 '행동하는 의사회' 대표로 활동했다. 4년 동안 쪽방촌 노인과 중증 장애인, 노숙자들을 직접 찾아가 치료하는 일에 몸담았다.
    해외 봉사를 마치고 지난 9월 귀국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 정상훈씨. 오른쪽 사진은 그가 작년 12월 아르메니아 북부 진료소에서 결핵 환자를 진찰 중인 모습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정씨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가 아직 문을 열기 전인 작년 11월 국경없는의사회 일본사무소를 찾았다. 빈국(貧國)에서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료하고 싶은 오랜 꿈 때문이었다. 정씨가 맡은 첫 임무는 '아르메니아 다제내성 결핵 치료'였다. 결핵은 열악한 환경 및 영양 상태가 원인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가난의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다제내성 결핵'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결핵으로, 일반 결핵보다 치료가 어렵고 완치까지 2년이 걸린다. 25%의 환자는 치료에 실패한다.

    아르메니아는 세계적으로 결핵 유병률이 높은 곳이다. 주민 대부분은 러시아로 건너가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이주노동자다. 정씨는 매일 밤늦게까지 구멍가게만 한 병원에서 주민들을 치료했다.

    "매일 20알도 넘게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도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던 환자들 표정이 생생해요.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현장에서 활동할 거예요. 다음번엔 에이즈 문제가 큰 아프리카로 가려 해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860유로. 100만원 남짓한 돈이다.

    "넉넉한 생활은 아니지만 제 아들(10)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럽대요. 열악한 시설에서 환자를 수백 명씩 보며 가족과 몇 년씩 떨어져 사는 생활은 고되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기에 견딜만한 무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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